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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자
되찾자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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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의 부푼 꿈을 안고 개원 한 지 벌써 9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IMF 한파의 격동기에 24%까지의 고금리를 감당하며 연중무휴, 야간진료 등 열정과 패기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하루 종일 환자들을 기다리며 지쳐 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 격려하고 기운을 내곤 했었다. 의약분업이 터지고 여러 가지 혼란과 갈등, 그리고 참기 어려운 시련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가며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했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병원은 점점 자리를 잡아 갔지만 어느덧 내 머리는 하얀 새치로 가득하고 몸도 정신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의사들이 주로 들어가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현실의 어려움에 직면한 절망적인 글들을 수많이 대하기도 한다. 병원의 여러 어려움으로 고생하시는 분께는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격려와 용기를 드리는 댓글을 남기곤 한다. 수많은 글들 중에서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 어린 아이들을 남긴 채 젊은 아내를 불치의 병으로 잃은 동료 의사의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자폐증,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등에 걸린 아이들의 눈물겨운 적응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한 가족의 가장인 나에게, 행복한 일상에 젖어 감사할 줄 몰랐던 어리석은 나에게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과, `범사에 감사하라'는 메시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특히 바쁜 생활 속에서도 의료봉사를 하거나, 무의촌에 찾아가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일요일이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필드를 찾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기도 했다. 커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학창시절. 아프고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던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은 사라지고 나 자신과 가족의 안락한 미래를 위해 환자를 진료했었던 부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되찾고 싶다. 어린 시절 가졌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도덕적 신념을. 의과대학에 다닐 때 책 첫 장에 항상 써놓았던 글귀가 생각난다. “의술(醫術)이 아닌 인술(仁術)을 펴는 의사가 되리라.” 〈객원기자〉







이용태 - 광진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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