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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일종의 상징이다
차는 일종의 상징이다
  • 의사신문
  • 승인 2007.10.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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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카의 심볼리즘과 실용성

지난번 필자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던 i30과 같은 차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아반테의 플랫폼으로 만든 해치백이 예상외로 인기가 좋다는 것은 스타일링이나 라이프스타일 같은 기묘한 심볼리즘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어떻게 보면 플랫폼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디자인, 감성, 스타일, 페인팅(예상보다 중요성이 아주 높다)이 더 중요하며 눈에 보이는 것은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이유로 보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 다음이 실용성이다. 차의 강성이나 핸들링 같은 것은 항상 막히는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을 감안하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드코어의 차들이 불리할 때도 있는 것이다. 높은 출력보다 차라리 조용한 차가 더 그리워지는 순간도 있다. 무엇보다도 정비를 자주 하게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차를 만드는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잔 고장이 생기면 안 된다. 잔 고장은 차를 모르는 사람에게 큰 고장과 막대한 차이가 없는 것이다. 창문이 망가져서 닫히지 않는 것과 변속기의 고장은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지만 비가 오는 날 창문이 망가지면 주행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기업체의 산수에 포함된다.

스타일링이나 이미지의 게임 때문에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전의 특이한 차종들을 살려보기도 한다. 물론 요즘 구형 프라이드나 세피아 같은 차종을 다시 복원하는 사람들도 늘었고 수입차종을 만지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특징이 있는 차들, 독특하거나 프리미엄인 차종들이 있다. 바디의 견고함이나 엔진의 내구성 같은 것이 막강한 차들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문화코드는 결국 차들을 바꾸게 만든다.

몇 명은 처음 차를 오랫동안 타며 어떤 친구들은 나중에 옛날에 사고 싶었던 차들을 한번 사보기도 한다. 필자나 필자 주위의 자동차 마니아중에는 올드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어떤 올드카들은 높은 잔존율과 적당한 관리하에 높은 주행거리를 자랑하기도 한다. 오버홀(엔진을 완전 분해해서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작업, 리빌트라고도 한다) 하지 않고 수십만 킬로를 달리는 차들도 있다. 포르세나 랜드로버의 일부 모델들은 정비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차들이 거의 폐차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리미엄 카라도 정비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간사하다. 하나의 심볼리즘과 현실 사이의 벽을 가르는 것은 수리의 번거로움과 비용 때문이다.

그래서 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차를 사면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 하나는 차를 고치는 실력이 나 차를 고치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실력 있고 착한 미캐닉이 있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없어도 빈티지카는 무용지물이다. 가끔 자동차 동호회에서 정보와 미캐닉에 대한 정보를 알고 차를 사더라도 부품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빈티지 카를 사거나 복원하는 것을 말리는 편에 속한다. 안 망가지기로 유명한 차종이라도 공포스러운 측면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어떤 친구가 호기심과 싼 맛에 구형의 벤츠인 w140이나 w124를 사려고 하자 필자는 우선 말렸다. 구형의 부품은 이베이 모터스나 인터넷 파츠 판매자들 때문에 구하기가 싸고 쉬워졌다. 그래서 그 친구는 이 차를 사서 소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 타고 싶었다는 이유로 도전을 하기도 한다. 하긴 1990년대 초반이나 중반의 어떤 차종은 젊을 때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까지의 이상한 제어기나 핵심파츠의 기이함을 생각하면 실제로 복원에 덤비기는 쉽지 않다. 심볼리즘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기호의 세계이며 리프트에 올리고 고치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지갑이 술술 새는 것은 현실이 된다.

지갑이 새는 이야기를 했으니 어떤 차종의 유지비가 Break My Wallet이라는 별명을 갖게된 미국의 농담을 떠올린다. 필자 주변의 예를 들면 1990년대의 카마니아였던 어떤 외과선생님의 차 트렁크에서 나온 수리비 영수증일 것이다. saab 9000은 견고하다고 알려진 차지만 필자는 그 영수증을 보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예상보다 많았던 것이다.(소나타나 그랜저도 오랜 기간 영수증을 다 모으고 10년이 넘어가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차가 토이가 되다보니 이런 장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금 비실용적이기는 하지만 자동차문화의 중요한 국면이니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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