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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유의 의사 파산 방치해도 좋은가?
세계 초유의 의사 파산 방치해도 좋은가?
  • 의사신문
  • 승인 2007.10.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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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부와 명예를 평생 보장받는다는 사(師)자 돌림 직업의 제1주자라고 선망과 질시를 함께 받고있는 의사도 파산시대를 맞고 있다.

2003년부터 파산으로 의사 면허를 취소 받은 의사가 면허 취소 총 50건 중 8건으로 취소사유 1위로 떠올랐다. 병든 인간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희생적인 봉사를 빼면 의사도 하나의 직업인 이상 명성과 존경을 받을 수 있고 경영잘못으로 파산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 위한 그 피나는 노력과 다른 직업보다 길고 힘든 수련기간을 생각해 보면 의상의 일생은 마이너스 인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태껏 의사만큼 경제적으로나 인격적인 면에서 배부른 돼지 취급을 받은 직업은 없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의사들 자신에게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으나 변화하는 사회적 여건, 가진 자를 무조건 질시하고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틈새로 흐르는 조그만 자존심의 상처 때문인지도 모른다.

죽어 가는 환자를 살려놓으면 의사로서 당연한 행위로 관심을 두지 않다가도 의사의 조그만 잘못 또 일부에서 저지른 비리를 의료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풍토가 의(醫)자 소리만 나와도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풍토는 지난 10여년전 까지만 해도 그래도 참을만했다.

20세기말부터 21세기 여명에 걸친 민주복지국가 건설을 슬로건으로 건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선 이래 의사는 완전히 사회의 공적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민주복지란 무엇인가?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잘 살고 국가에서 주는 복지혜택은 날로 늘리자는 정책이 아닌가? 그 혜택을 베푸는 제일선에 아픈 자를 고쳐주고 고통을 같이하는 의료계가 있다.

이런 의사들을 옥죄고 슈바이처 같은 성의가 되라고 다그치기만 한 결과 헤아리 수 없는 법과 제도, 정책을 펼쳐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함으로써 의사는 점점 가난해지고 가난으로부터 헤어나기 위해 무리한 병원확장에다 이자도 안 되는 저수가로 경영부담이 가중해 드디어 파산으로까지 이르게 된 중요한 원인으로 등장했다.

실시하는 정책마다 복지국가의 가장 선두에 선 의사를 위한 것은 거의 없다. 의약분업부터 시작 의료법 전면개정으로 의사를 건보공단 직원 비슷하게 만들고 보수교육이란 미명하에 면허를 갱신할 수 있는 악법, 물가 상승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저수가로 사실상 의사의 배를 곯리는 정책이 비일비재하다.

실패한 사회주의식 유럽의 구식 복지국가를 못 따라가 매우 가슴 아프다는 권력 최고층의 한탄은 의사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국민의 혈세만 높혔을 뿐이다.

복지국가가 낳은 저투자·저성장·고실업률을 그대로 본뜬 정책은 복지분야예산을 연 20.1%씩 뛰게 만들었고 내년엔 복지예산이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게 하향평준화로 치닫는 복지정책 중 으뜸엔 의료계 종사자만 잘산다면 진짜 배부른 돼지 소리를 들을 만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고 오히려 파산면허취소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제 의사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인도 등 극빈국의 머리 좋은 사람만 의사를 지망, 그들을 수입해야 할 때도 된 것 같다. 복지병이 깊어진 영국·스웨덴·프랑스에선 이 수입의사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의료복지에는 중독이란 새 병이 생겨난다.

병원에 가도 돈을 별로 내지 않으니 조금만 아파도 이 병원 저 병원 쇼핑하고 혜택이 중단되면 실제로 병이 생긴다. 자기 노력 하나도 안 들이고 국가가 다 해 준다는 나태함에 의사는 수가도 제대로 못 받고 깍기만 하는 건보공단 정책에 적자를 면치 못한다.

의사도 경제 활동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인간이다. 최소한의 수입은 보장되어야 하향평준화대열에라도 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의사파산. 또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에 대한 정부는 조그만 관심이라도 가져본 일이 있는가? 이를 막을 정책은….

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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