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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치 전면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상대가치 전면개편을 마무리하면서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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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표<노원 이원표내과>

▲ 이원표 원장
3년 이상 끌었던 심사평가원의 상대가치 전면개편 연구가 사실상 종료되었다. 아직 조정과 정책적인 판단이 남아있으나 대부분 의료행위들의 점수는 현재 산출된 결과로 10월의 고시를 거쳐 내년 1월에 적용될 예정이다.

장기간 심평원, 대한의사협회, 학회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상대가치점수 전면개편의 핵심은 결국 기존 과간 파이의 무시 또는 조정이지만, 방대한 자료구축과 수많은 협의로도 타당하고 수용 가능한 상대가치 점수 산출이 불가능했다.

결국 과간 파이를 고정한 상태에서 과내 행위의 점수만 조정해 이전보다 다소 확장된 부분개정에 지나지 않아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의료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원가보상률 81% 결과 도출은 성과

그러나 드러난 결과만으로는 실망스럽지만, 이번 상대가치 전면개편 연구의 진행과 결과에는 긍정적인 성과도 적지 않다. 우선은 정부가 주관한 연구에서 급여행위의 원가보상률이 겨우 81%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도출된 점이다. 이렇다고 곧 수가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현실이 불만스럽지만, 지금까지의 부당한 보상이 입증되었고 수가인상에 대한 의료계의 꾸준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객관적인 근거가 된다.

상대가치 점수의 구성에서 기존의 의사업무량과 진료비용 외에 위험도가 추가된 것도 진일보한 부분이다. 다만 그 보상의 크기가 충분하지 않고, 부가급여 즉 상대가치 총점 증가에 의한 파이 증가라는 애초의 약속이 의사 외 의료단체의 이견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해지는 최근 상황은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자의 원칙에 따른 결단을 촉구한다. 진료비용 중 직접비용 자료는 투입된 모든 인력, 장비, 재료 등을 하나씩 세세하게 구축했으나 진료 과간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현행 건강보험 수가와의 격차가 너무 커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지는 못했다.

행위별로 정확한 실제 원가를 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된 것은 안타까우나 이 데이터베이스는 향후 여러 연구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의 억울한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임의비급여 부분을 정리하고, 수가에 비해 과도하게 고가인 재료비를 별도보상재료로 분리한 것도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별도 보상의 실현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다가, 그동안의 불신으로 적정한 보상에 대한 의료계의 의구심도 높다. 당국의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정과 공정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심평원과 의료계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상대가치 점수 산출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고, 그동안 이 부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일부 학회까지 포함해서 모든 학회들이 이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도 적지 않은 소득이다.

재정확충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

이번 연구가 성공적이지 못한 데에는 경험의 부족을 비롯하여, 연구과정의 혼선, 과 이기주의 등 많은 요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급여행위의 원가보존율이 81%인 현실에서 기존 재정을 고정한 상태에서의 개편을 의료계에 강요한 점이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진료과가 원가에 부족한 보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과에서 일부를 떼어내 다른 과에 주라는 요구는 어느 누구라도 승복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연속해서 상대가치 연구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어렵게 획득한 노하우를 이용한 치밀한 방법론으로 보다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지만,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의 재정확충 문제에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성공적인 상대가치점수 전면개편은 또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원표<노원 이원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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