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 문화
한국의 자동차 문화
  • 의사신문
  • 승인 2007.09.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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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차와 조용한 차에 대한 집착

황순하의 자동차 컬럼 2003년에서는 과거의 한국 차 디자인의 근간은 “큰 차 선호”였다고 못박는다. 큰 차 선호는 후진국 공통의 특성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신분상승의 욕구나 거친 운행조건(잦은 교통사고,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 열악한 도로사정 등), `이왕 사는 거 조금 무리해서 큰 걸 산다'는 통 큰 구매특성 등에 의해 더 확대되고 강조된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에 따라 변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한국적인 패턴이 있다.

사실 몇 개의 럭셔리 차종을 빼고 많은 메이커들이 고전했다. 각이 지고 눈에 잘 띄는 디자인이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우아한 곡선과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차들도 싫어했다. 밋밋한 디자인의 차도 싫어한다. 요즘은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강렬한 각도와 접힌 선이 예쁜 차를 선호한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굴곡이 심하고 빌딩이 밀집된 거리에서 자신의 차가 전혀 액센트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아마 싫어할 것이다.(필자는 반대로 남의 눈에 뜨이는 것을 싫어한다) 실내도 산뜻해야 한다. 그랜저나 소나타의 실내를 보다가 다른 차를 보아도 별로 고급스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한국에서 차를 팔려면 실내도 강렬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음식도 술도 노래도 얼마 전까지는 아주 화끈하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은 차에도 반영된다. 동조성향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남들과 너무 다른 것은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밋밋한 것은 싫어한다. 메이커들이 꿰뚫어보는 사람들의 속마음과 경향일 것이다. 아주 개성이 강하지만 남들도 마찬가지라 너무 튀면 안 되는 밀집된 나라(특히 수도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차는 잘 타지 않는다고 한다. 마케팅 작전에는 이런 요소들도 고려된다.

남들의 눈은 도처에 많다. 차량은 깨끗해야만 하고 깔끔해야만 하며 너무 낡아 보여도 안 된다. 극심한 경쟁과 저울질은 차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모든 심리학적 요인이 차를 팔리게 또는 안 팔리게 한다. 그러니까 베스트셀러인 차를 보면 그 차를 사는 구매계층의 심리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밀집되고 통제된 사회에서 유일하게 격리된 공간인 실내에 신경을 쓰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조용한 차에 대한 집착은 심한 편이라고 한다. 시끄러운 차는 안 팔린다.

운전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운전시간은 긴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팩터일 수 있다. 어찌되었던 시끄러우면 안 팔린다. 메이커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소리를 막아야 한다. 또 있다. 막히는 길을 단거리 위주로 중저속 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승차감이 부드럽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

도로는 별로 좋지 않지만 차들은 막히고 끼어 들기나 급 가감속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 스포츠 성향의 엔진도 별로 쓸모가 없다.

적당한 속도에서 RPM이 높아야 했다. 엔진의 기어비도 당연히 이런 일에 맞게 설정되었다, 브레이크도 팍팍 듣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잘 설계된 해치백이나 경차가 더 유리하다. 유럽의 차들이 작은 차가 많은 것은 실용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들이 큰 차를 선호하고 있다. 주차공간이나 주행조건에서 차가 조금만 짧으면 긁히거나 긁는 일도 적어진다. 그런데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밀집된 공간에서 사회적 서열경쟁과 보여주기가 더 많이 중요한 것이다. 메이커도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조금씩 바꾸어 보려고 한다. 조금 고급의 해치백들이 나오거나 경차가 나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안전하다면, 그래서 필자는 한 가지 상상을 해본다.

어느 날 또 확 경차나 소형차로 확 쏠리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다. 연습조차 없이 바로 떼로 몰리는 성향 때문이다.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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