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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협회 출장접종 강행 우려
인구협회 출장접종 강행 우려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6.11.1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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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출장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하는 일이 발생해 회원들이 공분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최선정) 산하 서울지회 가족보건의원은 16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동안 노원구 소재 장미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출장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날 예방접종에는 의사 1명을 비롯해 간호사와 행정직원 등이 나와 80여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인구협회측은 3일 전 신고서를 발송하고 하루 전날인 15일에 보건소에 도착하도록 함으로써 보건소에서 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신고 거부를 위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도록 했다.

이날 예방접종 현장에는 노원구의사회에서 우봉식 회장을 비롯해 10여명의 회원들이 나와 시위를 벌였으며 ‘출장 단체예방접종, 이래서 안됩니다!’라는 유인물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출장 접종의 위험성을 홍보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홍보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일단 싸니까”라면서 차례로 접종을 맞는 모습이었다.

깨끗하지 못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이뤄진 예방접종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줄을 늘어선 가운데 한 명은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수준에서 문진을 끝냈으며 한 명은 수납을 했고 한 명은 주사를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예방접종 현장에서는 쓰레기통과 재떨이 등 여기저기서 피가 묻은 솜뭉치가 발견돼 감염성 폐기물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장에는 보건소 지역보건과 담당자가 나와서 접종 현장을 지켜봤지만 법적으로 이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특별하게 위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 지켜보는 수준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내에서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을 설치할 때에는 종별에 따른 시설기준 및 규격에 관한 사항을 지키도록 함으로써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보건법에 “의료기관이 아닌 자가 지역주민 다수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역을 관할하는 보건소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이 조항을 악용, 출장접종을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의 악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독감예방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출장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산하 각 단체와 기관에 발송했다.

이날 예방접종에 나선 인구협회 서울지회 곽창환 행정지원팀장은 “정부에서 출장 접종을 지양하라고 권고한 사실은 알고 있지만 보건소에서 접수를 받아줘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약 관리 잘 하고 문진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이어 “법적으로 문제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며 오히려 “의료계에서는 신고도 안하고 접종하는 것은 단속도 못하면서 인구협회의 접종만 문제 삼는다”고 생떼를 썼다. 이어 쓰레기통 등에서 피 묻은 솜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는 의사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몰래 가져다 버린 것이라고 잡아 뗐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나와 있던 보건소 지역보건과 담당자는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교묘하게 이를 피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무조건 출장 접종을 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는 앰뷸런스도 대기시키고 비상약품과 약품 보관을 위한 냉장고도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에 나와 보니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고 접종 공간도 불결하다”고 지적했다.

보건소 담당자는 “다른 기관에서는 보건소에서 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 대부분 따르는데 오직 인구협회만 강행하고 있다”며 “지역보건법의 근본 취지를 억지로 해석해 무리하게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봉식 회장은 “전 장관까지 역임한 사람이 수장을 맡고 있는 법정단체인 인구협회에서 복지부의 권고까지 무시하면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면 그의 양심과 명예에 대해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봉식 회장은 또 “현재 국민소득을 생각하면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문진과 사전 진찰을 받은 후 정상적인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직도 이런 후진국적인 접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한탄스러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구협회는 이미 서울에서만 1만8000여명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봉훈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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