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다'
'수를 놓다'
  • 의사신문
  • 승인 2007.08.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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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에 한 남자 프로레스링 선수의 취미가 십자수로 소개된 것에 무척 흥미로웠었다. 수를 놓을 때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었다.  

 견우와 직녀의 전설은 멀리 떨어져 일년에 하루, 그 하루의 만남만을 기약하면서 자신의 별에서 견실히 수를 놓는 직녀와 열심히 소를 치는 견우의 이야기로, 이성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것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관계의 상실감과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수를 놓고 소를 치는 것으로 제시한 것이 재미있기도 하다. 지금이야 다양한 놀이문화들이 많지만 먼 옛날 옛적의 놀이문화란 기계를 이용한 여가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여가활동이 더 많았을 터이니까. 그런데 직녀는 누구를 위해 수를 놓았을까?  

대학에 진학한 아이학교에서 신입생부모들의 수놓은 작품들을 모아 퀼트로 만들어 1년간 학교에서 전시를 하는 전통이 있다는 편지를 받고 중학교시절 가사시간에만 했던 수놓기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내게 결혼하는 손녀를 위해 손수 동양자수로 연꽃을 수놓아주시려고 애쓰시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별들이 밤하늘에 수를 놓는다는 표현처럼, 수를 놓는 순간은 마음이 아름답다. 선물을 받는 상대에 대한 애정을 정성으로 표현한 것이니까.  

누군가에게 주기위해 어떤 수를 놓을까를 상상하는 그 순간부터 마음은 행복해진다. 그리고 완성되었을 때는 처음 구상과 많이 달라져버린 솜씨 때문에 좌절하지만 그런 것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이란 무형의 선물인 것이다.   세상은 가짜 학력사건으로 시끄럽다. 그런가하면 완도 촌놈 최경주나 어리버리한 모습이 축구스타 박지성의 도전을 보면 한 뜸 한 뜸 수를 놓는 그런 정성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살아가는 이들이야 말로 인생의 수를 멋지게 놓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견우와 직녀의 삶 역시 한 순간의 찬란한 행복을 위해 자신의 별에서 묵묵히 내면의 사랑을 키워가는 인간상이 아니었을까. 빠르게 돌아가고 성과만이 중시되는 세상에 숨어있을 보석같은 가치는 무엇일까? 수 놓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싶다.〈객원기자〉





정인주 <영등포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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