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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유형별 건강보험 수가계약은 계륵인가
과연 유형별 건강보험 수가계약은 계륵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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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욱 <인제의대 교수>

▲ 선 욱 교수
지난해 사상 유례 없는 보험재정 흑자에 힘입어, 수가협상이 실시된 이래 최초로 건강보험공단과 의약계 단체가 상호 극적 타결이라는 외형적인 성과로 건강보험 수가계약에 대한 회의론을 넘어서 향후 협상에 대한 조그만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저수가·저급여·저부담의 기본 틀 아래 운용되는 보험운용체제, 무차별적인 정부의 규제와 고시, 진찰료의 산정기준의 불합리성 등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이나 약속 없는 성과에 대해 오히려 의료계는 그 합의의 내부적인 갈등과 일방성에 대한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의사업무량·위험도 보상은 당연한 것

또한 올해의 수가협상에 있어서는 작년의 수가 협상시 부속합의 조건으로 제시되었던 유형별(종별) 수가계약을 놓고 벌써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의료계의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짐이 총액 예산제로 가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무시할 바는 아닌 것이다.

그간 의사협회 측에서는 유형별 분류 공동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등 계약방식 전환을 위한 준비가 힘들다는 이유로 병협, 약사회 등 주요 의약단체와 함께 내년도 수가계약을 유형별 분류 계약 방식을 연기하고 종전과 같이 공단·요양급여 비용협의회간의 단체계약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가 다시 유형별 계약은 오히려 의료계가 줄곧 요구해 왔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 입장을 번복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의과의 경우 인상요인이 있으니 올해나 내년 정도까지는 다른 단체에 비해 다소간 유리한 입장을 가질는지는 모르겠다. 고평가된 병원과 약국 두 단체는 대폭 삭감하고 저평가된 의원급은 동결 내지는 쥐꼬리만큼 올릴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보자면 이전 가나다의 예로 보듯이 단체의 힘을 분산하여 정책을 쉽게 끌고 가려는 의도 이상이 아니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전체적인 수가인하를 통한 재정절감과 이를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모색이라고 간주된다.

분명한 것은 의과가 저평가 되었다 하더라도 정해진 파이에서 의과계가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 70%를 쓰고 나머지 다른 단체에서 지출되는 것이 약 30% 정도이니, 재정의 70%를 우리가 쓰는 판에 그 여지가 너무 적어 그야말로 무의미한 소수점 수준의 인상폭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유형별 건강보험 수가계약이 현실화된다면 결국 각 유형의 요양기관과 개별 계약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재의 요양기관협의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 실제 공단에서는 유형별 건강보험 수가계약을 강권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요양기관협의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건으로 향후 공단은 각 이해단체들을 각개격파 해보겠다는 의지일 것으로 인지된다.

지금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산지수 조정을 위한 수가계약의 형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당의 이기우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현재 수가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인 저급여·비급여를 간과하고 오로지 급여항목 줄 세우기로 치부한 상대가치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듯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계약형태보다 협상 임하는 자세 중요

지난 2004년 진료비용 연구결과(서울대 안태식 교수) 현행 수가의 원가보전률이 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당국에서는 여전히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한 상태에서 급여항목의 비율조정만 반복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요양기관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에는 그 적자분을 메우기 위해 비급여 분야의 확대나 진료왜곡을 유도하는 현상이 드러날 것이고 이것이 종국에는 환자부담으로 돌아가 거시적으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흔드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상대가치 점수에서 배제된 진료비용, 의사업무량, 위험도 등에 대한 고려를 환산지수의 조정으로 보전해야할 당위성이 강조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마치 단체계약을 하면 수가를 더 얻을 수 있다거나 유형별 계약을 하면 우리가 엄청나게 좋아진다거나 하는 환상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계약의 형태보다는 협상에 임하는 의협 대표들의 자세와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매년 현실적인 수가는 뒤로 하고 항상 안된다는 자세로 일관하며 자신들이 받아온 수가가 최대의 마지노선이라는 공치사 넋두리에 회원들은 희망을 접은 지 오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선 욱 <인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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