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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레지턴트 선발제도의 문제와 개선 방안 <40>
인턴, 레지턴트 선발제도의 문제와 개선 방안 <40>
  • 의사신문
  • 승인 2007.07.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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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평가 항목 개발.선발 자율권 확대

1. 현 전공의 선발제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는 기본적으로 병원의 진료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인력이라는 측면과 향후 우수한 자격을 갖춘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밟는 수련의라는 2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각 병원마다 수련기관으로서 자격과 병원의 진료 환경에 따른 면을 고려하여 해당 병원의 실정에 맞는 전공의를 선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전공의를 선발하도록 방임한 데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경험하였기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전공의 선발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선발기준을 제시하였다.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에 제시한 선발기준에 따르면, 인턴 선발은 필기시험 성적(표준화 한 의사국가시험 성적)을 40% 이상, 의대 성적을 20% 이상, 면접시험을 15% 이하, 실기시험을 포함하는 선택평가를 25%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정 전 선발기준, 즉 필기시험 성적 : 50%, 의과대학 성적 : 20%, 실기시험을 포함하는 면접시험 : 30%로 규정했던 것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선택평가 항목에 25%를 따로 규정함으로써 각 병원의 실정에 맞게 선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여지를 제공하였다는 개선책이었다. 레지던트 선발은 2004년 선발기준으로 필기시험 성적(병원협회에서 동시에 치르는 시험)을 40% 이상, 인턴근무 성적을 20% 이상, 면접시험을 15% 이하, 실기시험을 포함하는 선택평가를 25% 이하로 제시하였다. 이는 개정 전 기준에서 필기시험 성적을 55%, 인턴근무 성적을 30%, 실기시험을 포함하는 면접시험을 15%로 규정했던 것에서 개선된 것으로 선택평가 항목에 25%를 따로 규정함으로써 이 기준 또한 각 병원에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개선책으로 생각된다.  

각 병원들은 현재까지 개선된 선발기준을 근거로 인턴의 경우 대체로 필기시험을 40%, 의대성적을 25%, 면접을 10∼15% 정도로 하고, 나머지 20∼25%의 선택평가 항목을 병원 나름대로 적용하여 영어실력, 실기시험, 봉사정도, 기타 학위 등을 고려하고 있다. 레지던트의 경우에도 필기시험을 40%, 인턴근무 성적을 30%, 면접을 10∼15% 정도로 하고 나머지 20∼25%에 선택평가 항목을 병원이 나름대로 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2. 전공의 선발의 문제점 및 개선점

1) 필기시험(인턴; 의사국가시험 성적, 레지던트 ; 병원협회 주도 시험 성적)은 의학지식 평가에만 편중되어 있다. : 의대 졸업생의 대부분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를 지원한다. 훌륭한 의사가 갖추어야 하는 기본자격으로 정확한 진료를 위한 의학적인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 의학적인 지식의 정도를 측정하는 면에서는 의사국가시험(국시)이 매우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학생 성적과 국시 성적은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국시 성적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환자 진료를 훌륭하게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신설대학일수록 국시 합격률이나 성적에 집착하여 집중적으로 시험 공부를 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생시절에 임상실습 시간을 충분히 갖고 충분한 임상교육을 받아야 하고, 의학교육의 방식도 일방적인 지식의 전수가 아닌 PBL(problem based learning)형태의 문제해결형 교육 방법이 채택되어야 하며, 이런 점들이 의과대학 교육에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2010년 국시부터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진료수기 평가(실기시험)를 예정하고 있어 단순한 의학지식 공부에 편중될 수 있는 위험을 보완하고자 한다. 그러나 국시에서 실기를 평가하려면 평가의 객관성, 평가를 위한 수많은 인력 동원, 평가비용 부담 등 적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 의대성적도 의학지식 평가에 편중된 경향이 있고, 대학마다 객관적인 비교평가가 어렵다 : 국시 성적과 의과대학 성적은 학생들의 성실도를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의대 성적 반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과대학 사이의 학생성적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가장 가능한 객관적인 평가방법은 아마도 대학내 성적순위로 서로 비교하는 것인데 이도 역시 대학의 학생 구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그룹의 대학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비교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의대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에도 의학지식만을 편중하여 평가함으로써 환자진료를 위한 수기에 대한 평가가 미흡할 가능성이 있고, 사회에 대한 봉사 정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학교성적이 좋다고 여러 측면에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총괄적인 능력을 갖추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의대에서는 의학지식에 대한 교육, 환자실습에 대한 교육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의대 교육에서는 환자를 질병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하는 인성과 사회성을 반영해야하고 이런 측면에서 인성평가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3) 인턴 근무 성적은 평가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인 평가 방법은 개발되어 있어야 한다. : 인턴근무 성적은 국시 성적이나 학교 성적과는 달리 해당자의 사회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른 측면이 있다. 인턴 근무 성적이야 말로 얼마나 환자 진료를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인턴 근무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체로 환자를 진료하면서 관찰되는 의학지식 정도, 수기수행능력, 의무기록 작성 정도, 환자에 대한 태도와 인성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언급된 항목들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평가자에 따라 상당히 점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기본적인 평가방법은 병원 나름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4) 면접평가의 기본방향은 제시하되 평가자의 자율에 맡긴다. : 면접은 사람의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하여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또한 객관적으로 평가항목을 개발하기는 어렵다. 평가를 위한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하고, 이를 근거로 평가자의 경험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판단한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면접위원이 면접점수에 큰 차이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면접은 특별한 결격사유를 찾아내는 방편정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선발할 수 있는 방편도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면접평가는 병원의 실정에 맞게 제시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평가자가 자율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5) 선택평가는 항목을 잘 개발하여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 선택평가 항목으로 대부분의 병원에서 영어 시험 성적을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고, 그 외에 수기에 대한 실기시험을 따로 시행하거나 기타 학위소지자, 봉사 활동, 기타 자격증 등을 점수화하여 반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항목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객관적인 점수 반영이 가능한 항목이지만 어떤 항목까지를 객관적으로 점수화하여 반영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수기평가는 평가를 위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진료수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장점이 있다. 개선된 선발기준에서 제시된 것처럼 선택평가 항목을 잘 개발하기만 하면 선발하고자 하는 병원의 목적과 이상에 부합하는 평가항목으로 전공의를 선발할 수 있다.

6) 제2지망 혹은 2, 3차 레지던트 지원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 레지던트 선발의 경우 소위 인기과에 편중되는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 레지던트 지원자가 일부 인기과에 편중되어, 여러 명이 중복 지원함으로써 다수가 탈락하게 된다. 이럴 경우 지원기피과에게 2차 지원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3. 개선을 위한 요약 및 결론

각 병원은 전공의 선발은 각 병원의 의료노동력의 확보라는 인식보다는 향후 우리나라 의료를 짊어질 훌륭한 의료인을 양성하는 수련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훌륭한 의료인이란 정확한 의료지식을 갖추어야함은 물론 환자를 질환의 숙주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하는 인성과 자질을 가져야 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학병원은 자교 출신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고 장기적으로 개방하여 대외 경쟁력도 갖추고, 각 대학 출신들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현재까지 평가는 의료지식 측면에 상당히 편중되어 왔다. 이와 함께 진료수기, 인성, 봉사정신을 모두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점수화하기 어려운 항목을 평가항목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의과대학 교육과정 자체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생각된다.   수기 능력을 국시에서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므로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정도가 매우 미미할 것으로 생각되고, 단순히 pass/fail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평가비용을 국가가 아닌 각 학생 혹은 의과대학에서 부담하도록 강요된다면 필요비용을 대학에서 임상수기 실습을 위한 시설에 직접 투자하여 학생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또한 실제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할 수 없는 의과대학은 설립자체가 허가되어서는 안된다.  

인턴 성적평가, 면접 등 모든 항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가능하면 병원의 실정에 맞는 평가항목은 개발하여 제시하되 병원평가자의 자율에 맡기도록 한다.   선택평가 항목의 반영정도가 확대되어야 한다. 병원마다 추가하는 이상과 목적이 다르다면 해당병원의 실정에 맞게 선택평가 항목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병원협회에서 실시하는 레지던트 시험도 선발하는 병원의 실정에 맞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또 국시 같은 획일적인 시험을 중복하는 형태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해관계가 비슷한 병원끼리 군을 형성하고 병원군이 따로 시험문제를 제출하여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의과대학의 교육평가도 이루어져 의학지식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수기는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 임상실습은 어떻게 수행되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공의 같은 의료인의 평가와 선발은 장기적으로 의과대학, 의학회, 전문학회와 같은 의료 전문기관에서 주도하여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제도로 확대되어야 한다.

김규한 <서울의대 학생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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