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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동네 의원장
대한민국 동네 의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07.07.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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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필자 말도 잘 따르고 오랫동안 병원에 다니던 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어떤 약을 썼냐”고 적어달라고 해서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 물어 보면 보건소에서 알아오라고 했단다.   그래도 어찌하겠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지.  

환자들이 좀 더 저렴하게 치료를 받겠다고 하니 아무 군말 없이 그냥 적어 준다. 보건소가 가까이 있으니 병원 경영에 타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독감을 비롯한 예방 접종건수가 해가 지남에 따라 뚝뚝 떨어지더니 이제는 일반 환자도 점점 줄어든다.  

진단만 필자가 내리고 그 다음부터의 약 처방과 진료는 보건소에서 하는 분도 있고, 아기 엄마가 예방 접종을 하겠다고 와서 진료를 한 다음에 주사를 맞아도 된다고 하면 보건소에 가서 맞겠다고 한다. 필자에게는 아기의 상태가 보건소에서 예방 접종을 해도 되나 안되나 확인하러 온 것이다. 물론 그분들은 진료비를 낼 마음도 없이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이기에 그냥 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겨 필자도 그냥 가시라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보건소에서 직접 전화가 와서 환자가 어떤 약을 썼냐고 물어본다. 열심히 환자를 보고 있는 중에 그런 전화를 받으면 내가 아직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김이 새고 내심 짜증이 나기도 한다.   환자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는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환자들과 무지 친해 환자들은 필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단지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날이 감에 따라 보건소의 진료 영역이 넓어질텐데 경쟁력이 있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은 그나마 괜찮겠지만 동네 의원들은 장래가 불투명하고 걱정스럽다.  

보건소가 원래 설립의 목적대로 질병의 예방과 보건 사업에 충실하다면 아무 걱정이 없겠지만 그것은 단지 힘없는 개원의들 만의 바램일 테고, 이러다가는 동네 개원의들이 자신들의 전공에 관계없이 보건소에서 손대지 않는 쪽으로 진료의 행태를 바꾸거나 혹은 좀 부담스럽고 투자 대비 이익 산출이라는 경제 논리에 어긋날지라도 과감한 투자를 하여 자신의 전문 과목을 좀 더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해야만 할 것 같다.  

대한민국 동네의원 원장으로 살기가 날로 어려워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객원기자〉




송태원 <성북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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