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실기 시험 <39>
의사실기 시험 <39>
  • 의사신문
  • 승인 2007.07.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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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시험 도입, 의대교육 전환점 삼아야

보건복지부는 2006년 6월 22일, 2010년 의과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의가국가시험에서 실시시험을 도입하기로 방침을 발표하였다. 골자는 필기시험과 별도로 임상실기시험을 12문제 출제하여 이 실기시험만으로 당락을 결정하여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의사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의사자격시험에서 실기시험의 도입은 캐나다의 경우 1993년부터 MCCQE 2부 시험에서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미국의 경우 1998년부터 ECFMG에서 CSA(clinical skills assessment)를 도입하여 외국 의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기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이 시험은 2004년에 NBME에서 시행하는 USMLE step2의 Clinical Skills 시험으로 전격 흡수 통합됐다.

#예비의사의 태도와 기능평가 추진

미국에서는 전국에 5개 시험장이 있어서 1년 내내 상시체계의 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의사실기시험은 전국을 8∼12개의 고사장으로 나누어 봄에는 하루, 가을에는 이틀에 걸쳐 연간 총 3500명의 수험생을 수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PLAB이라는 외국의과대학 졸업자 대상의 의사자격인정시험이 있는데 여기서도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형태의 시험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의과대학의 일반적인 교육 목표는 일차의료인을 양성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 동안 한국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필기시험 하나만을 통과하면 되었다. 필기시험은 원래의 평가 속성 상 지식과 임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 위주로 구성되며, 태도와 기능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의사실기시험은 한 마디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필기시험에서 부족한 평가 영역인 예비의사의 태도와 기능부분을 추가로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의료영역에서의 실기시험평가 방법으로 가장 표준화가 이루어진 방법은 바로 OSCE 혹은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의 형식의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는 모형이나 사람, 혹은 실제 환자와 똑 같이 훈련된 표준화 환자를 활용하여 시험을 치르고, 각 시험 방 시간을 5∼15분으로 일정하게 배정하여 수험생이 순환하며 다양한 임상 수행능력을 평가 받는다.  

OSCE 형태의 시험에서는 시험 시간이 비교적 짧고 진료를 단면으로 분리하여 시험 내용을 구성하며, CPX형태의 시험에서는 표준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보는 시험만으로 시험방이 구성된다.

#시장개방시 인력자원 수준 제고

이번에 도입될 예정인 의사국가시험의 실기시험에서는 OSCE형태의 시험과 CPX 형식의 시험을 혼합하여 12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반은 수기와 관련된 실기시험으로 예를 들면 모형을 대상으로 기관 삽관을 하게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시험이고, 나머지 반은 표준화환자를 대상으로 수험생이 최소한의 지시사항을 참조하여 자신의 판단대로 환자진료를 보는 시험이다. 교수 채점관은 이미 정해놓은 채점표에 따라 객관적으로 관찰된 행동을 평가한다.  

의사실기시험의 도입은 의과대학의 교육에서 임상실습교육, 좀 더 넓게 말하자면 환자를 접하는 의학교육이 강화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가는 교육과정을 바꾸는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에 의과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조기에 환자와 혹은 생생한 임상 문제와 접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아울러 임상실습 교육 또한 관광식 관찰교육이 아닌 환자를 통한 현장 체험 학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실기시험은 그 동안 문제시되어 왔던 의사의 행동적 측면의 질을 보장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른 부수적인 효과로 의료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진출하려는 인력자원에 대해서도 한 단계 더 질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의사실기시험 준비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대략 운영에 관한 준비, 문제개발, 장비 및 시설, 모의시험, 표준화 환자 사용과 같은 직접비를 포함하여 3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응시료의 수준은 단일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비용의 절감 효과가 있어 수험생 1인당 50만원이하로 예상하고 있지만, 만약 전국으로 센터를 분산 시행할 경우 응시료 부담은 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2∼3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의사실기시험의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더 좋은 질을 지닌 의사를 배출한다는 이 시험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한다면 일부 정부차원의 지원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실기시험에서 당락의 판정은 이전의 필기시험처럼 60점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기시험의 합격선의 책임기관인 국가시험의원의 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까지는 문제의 난이도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사전에 각 시험방별 혹은 영역별 합격선을 결정하고 이 점수의 총량 평균을 갖고 합격선을 정하는 수정 Angoff방법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USMLE의 경우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응시비용, 정부차원서 지원해야

문제의 보안은 이 시험의 공정성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자별로 혹은 센터별로, 복제된 세트별로 같은 문제라면 일정한 난이도와 높은 신뢰도를 유지해야 한다. 기존의 국내외 경험에 따르면 이 실기시험에서는 채점표가 공개되지 않은 한 문제의 내용 유출만으로는 점수에 체계적인 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수험생들간의 정보교환의 양상은 외국의 경우와 사뭇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시험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순수하게 수기만을 평가하는 문제는 출제 항목이 공개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필수 임상 수기 항목 결정에 의대 교수나 의과대학, 유관 학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일자별로 예측할 수 없는 문제의 조합을 만들기 위하여 출제문항의 10∼20배의 문제 풀을 갖고 있어야 하며, 각 문항에 대해서는 난이도가 어느 정도 검증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240문제 이상의 문제 풀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셋째, 일자별, 문제 세트별 체계적인 점수 차이가 혹시 생긴다면 이는 합리적인 통계방법으로 보정해 주어야 한다. 어떤 보정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미 방침이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의사실기시험의 도입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에 일대 전환점을 가져와야 한다. 단순한 인지적 능력을 키워주는 정도의 의학교육이 한 차원을 도약하여 환자중심, 학생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환자와의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 효율적인 정보 수집, 치료적인 면담 기술 등의 의료면담의 기본 속성을 제대로 갖출 수 있게 의과대학은 학생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의과대학에서 원래의 교육 목표에 충실하여 환자 중심의 교육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행동 평가의 의사실기시험이 뒤따를 때 사회가 요구하는 질 높은 의사가 배출될 것이다.
 

 
박훈기 <한양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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