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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기본 '보리' <38>
웰빙의 기본 '보리' <38>
  • 의사신문
  • 승인 2007.07.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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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한 입 '맛으로' 한 입

날씨가 연일 덥다. 더위에 입맛도 떨어지고 밥 먹기도 귀찮아 질 즈음이면, 큰 대접에 보리밥과 각종 나물이나 열무, 들기름, 고추장을 넣고 슥슥 비벼먹는 보리비빔밥이 생각난다. 과거의 구휼식품이 오늘날의 웰빙 식품으로 떠오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보리가 가장 대표적인 식품일 것 같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지금도 경제적 상황을 은유하는 용어로 쓰일 만큼 보리는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곡식이었고, 보리밥은 그 고단했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쌀이 가지는 영양학적 결함 때문에 보리를 비롯한 잡곡의 혼식이 권장되면서 무기질과 비타민, 섬유질이 풍부한 보리가 각광받는 식재료가 되었다.

보리에는 성숙한 후 껍질이 종실에 밀착하여 분리되지 않는 겉보리와 성숙한 후 껍질이 종실에서 잘 분리되는 쌀보리가 있다. 겉보리는 피맥이라고도 하며 보통 보리라 하면 겉보리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는 보리는 겉보리와 쌀보리, 맥주보리이다. 보리는 쌀보다 단단하여 잘 무르지 않는다. 따라서 통보리는 잘 씻어 물에 불리고, 쌀의 두 배에 해당하는 물을 붓고 지어야 한다. 쌀밥보다 충분히 뜸을 들여야 제 맛이 난다. 커다란 무쇠솥에서 지어낸 거무스름한 보리밥은 먹음직스럽고 구수하다. 흔히 보리에 쌀을 적당량 섞어서 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리만으로는 찰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리밥은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것이 제격이며 고구마줄기나 비름나물이 있으면 더욱 좋다. 강된장찌개도 좋으나 콩나물국이나 냉국과 함께 먹는 맛도 일품이다.

보리는 현대인이 두려워하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토코트리에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칼슘, 칼륨, 비타민 B군 등이 쌀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장에 자극을 주어 운동을 활발히 해주고 독성물질의 배출을 도와주므로 대장암, 변비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풍부한 섬유질 덕분에 소화가 천천히 되므로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일으키는 백미에 비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당뇨 환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보리는 혼식에 이용되는 것 외에 맥주의 원료가 되며 위스키, 고추장, 된장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엿기름으로 만들어 조청이나 식혜를 만들고, 볶아서 보리차를 끓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굳이 교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보리밥을 하는 식당들이 많아졌다. 역삼동에 위치한 `늘보리'는 강남 한복판에 이런 집이 있을까 싶게 널찍한 정원을 가진 보리밥집이다. 날씨가 너무 덥지 않은 날에는 정원에서 먹는 보리밥 한끼는 마치 야외에서 소풍 나와 먹는 점심처럼 운치있고 즐겁다.

보리밥을 시키면 커다란 양푼에 쌀밥이 섞인 보리밥이 넉넉히 나오고, 8가지의 나물이 가지런히 담겨 나온다. 딸려 나오는 된장 찌개와 쌈장은 지리산과 양산에서 생산한 시골 된장을 가져다 섞어서 쓰는데 깊은 맛이 일품이다. 모든 음식에는 조미료를 쓰지 않으며 자체 저장고에 숙성시키는 김치의 맛도 이 집의 자랑이다. 보쌈, 홍어삼합, 삼겹살, 파전 등의 먹을 거리가 있어 저녁에는 회식을 하러 온 근처 직장인들로 더욱 붐빈다.

전화 02-567-5454. 보리밥 6000원, 해물파전 1만원, 보쌈 1만8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한송이〈강남 유비여성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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