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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RC 그리고 휘발유
206 RC 그리고 휘발유
  • 의사신문
  • 승인 2007.07.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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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탄가 높을 수록 노킹 적어

중앙일보의 시승기에는 206RC의 압축비가 11 근처이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는 필수적이라고 적고 있다. 고급 휘발유는 비싸다. 게다가 지방에서는 잘 팔지도 않는다. 그리고 고급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차들도 예상외로 일반 휘발유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고급유는 더 많이 정제하거나 더 좋은 첨가물을 넣을지도 모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옥탄가일 것이다. 옥탄가는 엔진이 가혹한 조건에서도 정상 연소를 시키는 능력을 나타낸다.  

“바--아--앙” 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고 RPM의 엔진 소리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 부드럽게 고회전하는 엔진의 소리는 마력적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너무 심하지 않게 울리는 배기음은 특히 운전자에게는 마약과 같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서(약간의 마력상승도 있다고 하는) 몇 백 만원 짜리 머플러를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엔진들이 항상 높은 마력으로 그리고 높은 토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엔진의 내부에서는 항상 잘못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헤드의 냉각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카본이 끼어있는 연소실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며 마모나 형상의 변화로 엔진이 조기 점화할 수 있다.  

항공기 엔진의 출력이 높아지던 시절부터 노킹이라고 부르는 이상 점화현상은 엔진 기술자들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조사한 결과 옥탄값이 높은 엔진은 노킹을 적게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고급 휘발유들은 옥탄가가 높다. 일반적인 가솔린이 91에서 95 정도인데 비해서 고급은 95 또는 그 이상의 옥탄가를 갖는다. 옥탄가가 높은 연료가 좋은 연료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출력이 높은 차는 반드시 고급 가솔린을 넣어야 하는가? 답은 그런 편이 “좋다”이다. 문제는 고급 가솔린이 조금 더 비싸다는 것이다.(필자는 집앞의 오천주유소에서 언제나 고민에 빠진다. 고급 가솔린이 낫지만 비싸기 때문이다)   푸조의 206RC가 바로 그런 고민에 빠지게 하는 차이다. 엔진의 성능이 그렇게 좋지는 않으나 자연흡기 177마력을 낸다는 것. 그리고 압축비는 당연히 11 근처로 높게 잡힌다는 것. 이런 경험은 다른 차들에서 많이 해보았고 필자의 차 역시 고급유를 넣으면 부드럽게 달린다는 것을 잘 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제로 주행하는 차에서 노킹은 가끔 일어난다. 요즘 차의 엔진에는 노킹 센서가 붙어있다. 엔진의 조건이 좋지 않아지면 자연스럽게 분사량을 줄여서 노킹을 방지한다. 노킹의 대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조기연소의 불꽃은 실린더의 벽을 상하게 하거나 연소실을 변형시키고 때로는 밸브나 피스톤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노킹이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불과 얼마 전까지 노킹 센서가 없고 차들의 성능이 좋지 않던 시절에는 에어컨을 켜고 언덕길을 올라가면 “킹킹”하는 소리를 들은 독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아무튼 기분좋은 “바-앙” 소리는 이미 엔진과 연료가 타협한 소리인 것이다. 액셀레이터를 급하게 밟거나 뗄 때 아니면 급하게 가속중인 경우에 엔진은 노킹에 아주 가깝게 된다. 고급유는 이럴 때 확률적으로 노킹이 덜 일어나게 만든다. 그러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이런 일이 적게 일어난다. 가격과 기분사이에서 사람도 타협을 해야하는 순간이다.  

문제는 더 있다. 요즘의 차들은 엔진의 점화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ECU리셋을 한다. 연료를 일반유에서 고급유로 바꾸거나 탱크에서 섞이면 엔진의 ECU는 프로그램의 변수들을 조정한다. 별 일은 없지만 이런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마니아도 있다.(필자는 아니다)   얼마 전 탑 기어에서 실차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낮은 옥탄가의 연료와 중간급 그리고 프리미엄급의 연료를 낮은 사양의 르노 클리오의 낮은 사양, 중간급 정도의 일반적인 차, 그리고 스바루의 임프레자(270마력 이상)에 실험을 한 것이다. 낮은 급에서는 세 가지 연료 모두 의미가 없었다. 중간급의 차에서는 약간이나마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고성능 차에서는 기름값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출력과 연비가 모두 좋아진다.   사람들이 모두 궁금해하던 프리미엄 게솔린은 그런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조용히 몰면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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