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사회의 피에로
감시사회의 피에로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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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 <강남 박현태내과>

▲ 박현태 원장
우리의 주장과 견해의 반영도 없이 일방적이거나 강제로 실시된 정책과 이들 정책의 틀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탄생한 법령이나 시행령은 수없이 많아서 의사들은 진료외의 업무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쏟아 붇고 진료실을 낱낱이 개방 당하고 있다. 의사들을 항시 감시하며 예비범죄자로 몰아 가는 최적의 도구로 제도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의사 감시' 최적의 도구로 제도 이용

그 연장선상에서 근래 입법이 시도되고 있는 관계법외 정부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소득공제 증빙자료' 제출 건은 의사 자신 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해야 하고 그 업무의적 하자 및 복잡성 때문에 불만이 폭발 직전의 상황이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의 일환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의료기관 및 약국이 환자의 비급여를 위시한 모든 진료비 영수 내역을 건보공단에 제출케 하여 최종적으로 이를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명분은 의료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쉬운 방법으로 소득파악과 조세징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것이 옳다. 시민단체들은 연말정산을 위해 환자들이 일일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고 고소득자 및 자영업자들의 세원발굴과 조세불평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받은 환자 중 근로자수가 12%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연말정산의 혜택 대상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이미 실시하고 있는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제도로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 노출의 불법성과 시기적 촉박이라는 이유로 서울시 의사회에서는 이미 반대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진료비 수납내역은 개인정보로 엄격히 보호되어야 할 뿐 아니라 이의 제출은 환자의 비밀누설, 발표, 또는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사본교부 및 내용확인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에도 저촉되고 또 법적인 제공을 필요로 할 경우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고 이를 어기면 진료기관이 위법행위를 하게 됨으로 의약단체는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는 쇠로 만든 침대를 갖고 있다가 그의 집에 들어온 여행자들을 그 위에 결박하여 키가 침대길이보다 짧으면 잡아 늘여 침대에 맞추고 반대로 다리가 길면 다리를 잘라 침대에 맞도록 하였다. 나름대로 어떠한 한 가지 기준을 가지고 모든 것을 그것에다 끼워 맞추려는 사람을 `프로쿠르스테스'라 하고 그러한 획일화 작업에 사용되어 지는 폭력적 도구를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규격화, 조직화, 표준화에 의한 획일화 작업을 해온 규율권력이야 말로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인 것이다.

모든 관습과 전통을 거부하고 완벽한 합리적 사회를 창조할 수 있다는 신념이 결국 인간을 오만하게 만들고 이러한 유혹에 빠진 집단이 20세기 전체주의를 낳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체주의란 이상사회의 건설을 빌미로 국가가 감시와 처벌을 극단적으로 행사하는 사회공학이다. 이들이 이념을 만들고 권력을 가지면 문제의식을 원천적으로 거세하고 자신들의 가치기준에 맞추어 이상적인 사회형태를 설계하고 그것에 맞게 인간을 길들이는 소위 `사회공학'적 기법을 필연적으로 구사하게 된다.

`1984년'이란 작품에서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 사회가 지닌 악몽을 고발하였다.

일방적 정책흐름 차단시스템 구축을

감시사회에서 정부는 텔레스크린이라는 감시카메라를 모든 장소에 심지어는 집안에 까지 설치하여 시민들의 행동과 대화를 감시한다. 처음에는 타의에 의해 주어진 규율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못하지만 점차 그 규율들을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의 의사들은 이제 사회의 단순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여 Big Brother의 감시하에 놓인 슬픈 피에로 인가?

의협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제도의 부당성과 업무상의 불편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어필해야 한다. 환자들이 병의원에서 예전대로 정산용 영수증을 받으면 될 일을 의료계의 현실을 도외시 하고 필요이상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일은 막아야 한다.

특히 의료계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정책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고히 해야 하며 이슈화 시켜야 한다.

박현태 <강남 박현태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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