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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과정 -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는가 <10>
의학교육과정 -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는가 <10>
  • 의사신문
  • 승인 2006.11.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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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요구 · 변화 담아낼 새틀 바람직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영문으로는 Curriculum으로 표현하는데, 이 용어는 라틴어의 `쿠레레(currere)'에서 유래된 말로서 `달린다'는 뜻이고, 이것이 나중에 경마장의 경주로(race course)를 의미하는 용어가 되었다. 경마장에서 말이 경주를 하기 위해 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 달려가야 하는 일정한 코스가 커리큘럼인 것이다. 달리는 말이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경주로는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하며,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중도에 포기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경주로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사전에 계획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 강의표 짜기·개인취향 반영 안돼

이러한 경주로를 교육과정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교육과정이란, 교육을 위해 가르칠 목표와 내용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평가하는 등의 교육의 계획을 의미하며, 따라서 교육과정의 개발은 시작부터 학생을 어떤 길로 인도할지에 대한 철저한 계획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간혹 의과대학 교수 중에는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단순히 강의시간표를 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는가 하면, 교육과정을 만들 때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과 방법을 토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분석해 본 의과대학 교육과정 중에서도 대학의 어떤 목표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개설된 과목과 내용은 무슨 원리와 원칙에 근거하여 짜인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육과정은 서로 분리된 상태로 연계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목표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이 어떤 길을 어떻게 가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없다.

교육과정은 단순히 강의시간표 짜기도 아니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어서도 안 된다. 특히 국민의 건강을 돌보고 책임져야 할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 과정과 내용을 잘 파악해야 하다. 우리나라에 의학교육이 자리 잡기 시작한 지도 100여년이 넘었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의학교육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변화는 교육과정 내에서의 크고 작은 변화에 그쳤다는 비평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의학교육과정의 전체적인 틀을 한번 살펴보자. 현재 의학교육에서 전통적 교육과정이라고 불리우는 교육과정은 19세기 초 미국의 의학교육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한 플렉스너의 모형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플렉스너는 의학은 과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각각의 과목별로 가르칠 것을 제안하였다. 플렉스너가 이와 같은 과학적 의학을 주창하고 나선 데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19세기 초 미국의 의학교육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의학교육기관, 교수진, 시설이 없었고, 의학교육 기관이라고 만들어진 곳은 대부분 상업을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다.

#학생주도 체계적 임상위주 추세 투영을

의학교육은 아무런 체계나 이론이 없이 `어깨 넘어 배우는 도제적'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플렉스너는 이러한 비체계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실시되고 있는 의학교육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과학적 의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플렉스너의 주장이 100년 전의 일이 되어 버린 지금도 많은 의과대학에서 비슷한 체제의 전통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100년 동안 우리의 의학지식과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급성장했으며 사회도 다변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에 의사활동을 해야 하는 학생을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와 변화를 수용하는 형태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 의학교육에서는 어떠한 변화와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가? 최근 의학교육 변화의 추세를 살펴보자. 영국의 의학교육자로 잘 알려진 Harden교수는 여섯 가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그 동안의 교육은 교수자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고 가르쳤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학생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두 번째는 기존의 의학교육에서는 지식습득에 중점을 둔 반면, 이제는 임상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세 번째는 현재의 각각 분리된 형태로 가르치고 있는 과목을 통합하여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이 전체적인 시각으로 환자와 사회를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다. 넷째, 병원 중심의 교육에서 보다 넓은 지역사회 교육으로 발전을 해야 한다. 다섯째, 기존의 의학교육은 대부분 필수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의 의학교육은 특히 임상실습 부분에서 도제교육의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존의 도제적 성격이 강한 임상실습 교육에서는 어떤 학생에게는 임상을 경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등 교육의 불평등 상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문제분석→교육목표→개발→평가체계

이와 같은 의학교육의 방향을 고려하여 현 시대에 적절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의학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교육과정을 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몇 가지의 절차가 있다. 우선 교육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요구조사와 현 교육과정의 문제점 분석을 해야 한다. 요구조사는 사회에서 바라는 의사상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관련되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 검토해야 하며, 이것이 교육과정에는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목표는 배출될 졸업생이 어떠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교육목표를 반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틀을 마련한 후에는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어떤 것을 먼저 가르치고 어떤 내용을 나중에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며, 시간 배분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절차는 이러한 과정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 할 것인지 구체적인 평가체제를 개발 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가에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외에도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평가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교육목표에 부합하여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정은 교육과정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교육과정을 유지 및 관리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한번 만들어져 실행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절차와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야 하는 교육과정은 소수의 대학구성원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참여와 노력 그리고 비용이 소요된다.

교육과정의 개발이 그 어느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과 투자를 한 만큼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고 책임져야할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므로 보다 신중하고 심혈을 기울여 개발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의학교육과정이 잘 개발되어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이바지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김선 <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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