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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진료실에서
  • 의사신문
  • 승인 2007.07.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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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작은 형님은 약사다. 의사와 약사는 서로 간에 적이 아니요, 누가 위고 누가 아래랄 것도 없는, 서로간에 협조자의 역할을 하여야 할텐데, 요즈음은 간혹 약사들은 우리 의사들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필자는 나랏님께서 하도 고가 약을 쓰지 말고 보다 저렴한 약이나 복제약들을 쓰라고 하시는 소리에 귀가 따갑고, 그 분들과 실갱이를 하는 것이 싫어 가능한 한 그리 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민초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약사들은 너무 약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인지, 고가 약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이 너무나 투철한 것인지, 아니면 의사들을 무시하시는 것인지,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곤 한다.   의사가 내린 처방에 대해서 환자들에게 비싼 오리지널 약이 더 좋은 것이니 그 약을 복용하라고 권유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진료한 의사가 별로 좋지도 않은 싸구려 약을 처방했다는 오해를 사게 한다. 또 의사가 낸 처방 약을 그 약이 없으니 다른 약으로 조제를 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통보 없이 자신의 임의대로 바꿔 버린다. 특히 처방을 내면 고가이거나 오리지널인 다른 약을 미리 지어 놓고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니까 그 약으로 다시 처방전을 뽑아 달라고 하는 등등….  

오늘은 당뇨와 뇌경색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78세 할아버님이 아클론, 니세틸, 에이치투, 울트라셋, 아마릴, 플라빅스 등이 적힌 타 병원 처방전을 가지고 왔는데, 필자 생각으로는 울트라셋이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니세틸은 아세니틴으로, 아마릴은 글리필로, 플라빅스는 클로피로 좀 더 저렴한 약을 쓰겠다고 할아버지께 설명을 드렸다.  

그런데 10여분쯤이 지났을까. 약국에서 전화가 오기를 “약국에서 미리 원래 처방전대로 약을 지어 놓아 처방대로 하면 자신이 만육천원인가 얼마인가가 손해를 보게 되니 원래 처방전대로 다시 처방전을 끊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거 참, 기도 안차고 답답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쁘다고 가운을 벗고 당장 뛰어 내려가서 “왜, 당신 마음대로 그랬냐”고 멱살을 잡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즈음은 약사들이 힘이 있고 좋은 세상이 되었나 보다. 우리 의사들이 더욱 분발해야겠다.〈객원기자〉







송태원 <성북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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