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부진 학생들과 의햑교육의 개선 방향 <36>
학습 부진 학생들과 의햑교육의 개선 방향 <36>
  • 의사신문
  • 승인 2007.07.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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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잠재력 향상 위한 교육목표 설정

학습이란 매우 상대적인 현상이다. 누가 배우는 학생이냐에 따라 학습의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누가 어떻게 가르치냐에 따라서도 학습의 과정과 결과는 뚜렷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공부 잘했다는 의대생들이 그렇게도 많이 학습 부진을 보이는 것에 있어, 의과대학 교육 시스템과 의대 교수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I. 시작하는 말

예를 들어 생각해 본다. 올림픽 육상 100미터에 출전시킬 국가대표 선수의 훈련을 맡은 감독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가 훈련 첫 날부터 출전 하루 전 날까지 다른 아무런 훈련 없이 선수로 하여금 오직 400미터 운동장을 하루에 50바퀴씩 달리게 하는 훈련만 시킨다고 하자. 선수는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갖은 고생을 하면서 훈련을 한 것이 되겠지만, 그 결과가 어떠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10초 이내에 승부가 나는 100미터 경주에서 최고의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폭발적 심폐능력,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근육 강화, 장거리와는 전혀 다른 달리는 주법, 다른 선수들을 견제하는 전략 등은 매일 운동장을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50바퀴씩 달려서는 증가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의학교육의 모습은 아닐까? 우리 의학교육은 여전히 운동장 50바퀴 돌리는 훈련만 시키면서 그것을 적절한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의학 교육의 개선을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점들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II. 의학교육의 개선 방향

1. 학습 목표와 학습 내용의 합리적 구성
중요한 교육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의과대학 기간 중 가르쳐야 할 내용인지, 레지던트 기간 중 가르쳐야 할 내용인지, 전문의 취득 이후 가르쳐야 할 내용인지를 먼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학습 목표가 세워진 이후에는, 의대 교육 안에서도 이 내용이 본과 1학년 때 가르쳐야 할 내용인지, 본과 2, 3, 4 학년 때 가르쳐야 할 내용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시기별 학습 목표가 점검되고 재조정 된다면 1, 2학년 학생들의 기형적인 과도한 학습 분량은 상당 부분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과정별 학습량, 목표 재점검

2. 교육 철학과 교육 목적의 재조망
최근 KMA 와 USMLE 최종 시험을 모두 합격한 한 졸업생에게 두 가지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 느낀 차이가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그 졸업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KMA는 교과서의 구석구석 까지를 잘 아는 학생들이 유리하게 출제가 되요. 교수님들은 그런 것까지 잘 아는 것을 실력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USMLE는 교과서의 구석에 있는 내용은 절대로 출제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병만이 출제됩니다. 다만 질병에 대한 논리적 생각의 과정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옵니다…KMA를 준비하며 알게 된 지식이 USMLE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공부한 그 내용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특히 기초의학 때 배운 그 내용들이 임상 지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USMLE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USMLE 준비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공부. 그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더 자발적이고 더 깊이 있게 학습 하도록 만드는 힘이 된다. 학습은 지적 호기심이 있을 때 그 효과가 증가한다. 우리가 가르치고, 우리가 평가하는 방식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래서 그들이 학문에 대한 기쁨을 더 깊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그 때 학생들은 비로소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3. 학생 개개인의 자기 개발 지원 강화
의과대학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필수 의학 지식의 습득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둘째, 학생들의 자기 개발 지원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전원이 모두 다른 진로를 걷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의사가 된 이후 어떤 전공과를 선택하여, 그 가운데서도 어떤 세부 전공을 선택할지, 아니면 어떤 연구나 활동을 할 것인지를 잘 탐색하도록 하고, 그것을 위하여 학생 시절부터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자기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것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에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모두 똑같은 교육만을 받고 졸업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진로 탐색과 선택에 맞춘 소위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멘토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진로선택 위한 '맞춤형 교육'

4. 학생 평가와 전공의 선발 방식의 다양화
전공의 선발을 지금과 같은 지필고사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준에 적절하게 이루어진 학생 연구 논문, 학생들이 자기 개발을 위하여 선택한 선택과목의 내용과 그 학점, 학생들의 동아리 및 학생회 활동,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행한다면, 학생들의 의과대학 생활과 학습 태도, 활동은 달라질 것이다.

5. 의료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선배 의사들의 삶
예민한 시기에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의사로서의 진정한 보람, 자부심, 그리고 그런 의사들이 제대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사회와 국가가 되게 하기 위하여 의사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왜 하여야 할지를 분명한 메시지로 교육 시켜야 한다. 결국 의대생들은 선배 의사들과 의대 교수님들을 통하여 지식을 배워나가고, 자신들의 미래를 본다. 따라서 의사 선배들과 의대 교수님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크다.

Ⅲ. 마치는 말 : 학습의 부진을 넘어서

앞으로 의학교육의 개선을 위한 노력에 있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이 고려되기 원한다.   첫째, 의학 교육에 있어서는 눈에 띠는 `학습 부진학생'들 보다, 학교 성적을 잘 받고 있어 눈에 안 띠는 `자기개발 부진학생'들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진급하고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가는 것이 사실은 훨씬 더 큰 의학교육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학생들에 대한 존중(respect)에서부터 모든 해결책이 시작되면 좋겠다. 의대생때 학교와 교수로부터 존중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의사들, 레지던트때 병원과 과장님께 존중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의사들만이 환자들을 존중할 줄 알 것이다. 보호자들을 존중할 줄 알 것이다. 다른 동료 의사들을 존중할 줄 알 것이다. 사회 속에서 존중 받는 존재로서 활동을 할 줄 알 것이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생 기간 중 자신들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체험들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교육의 주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새로운 의학교육을 향한 도전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저자 주) 본 내용은 2007년도 한국의학교육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저자가 발표한 `의과대학 학습 부적응자들에 대한 이해와 문제제기' 내용 중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전우택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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