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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과 의료산업화
의료법과 의료산업화
  • 의사신문
  • 승인 2007.07.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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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의협 동아홀에서 개최된 의료법개정토론회에 참석하여 의료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을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동안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맨 처음 정부가 내어놓은 의료법 개정안을 보고 의료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의료법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채 정부 통제권이 강화된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시도하여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노예화법으로 규정짓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였다.  

의료산업화 부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는 치협이나 한의협도 마찬가지였다. 양 단체는 극히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각 협회의 이익을 관철하려 하였으며, 의료산업화가 의료계나 국민 전체에 미칠 영향이나 파장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민단체들은 의료법개정 실무작업반 구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의료법의 의료산업화 조항과 관련하여 반대 의견을 피력 하였지만, 의료인 협회의 반응은 그들의 주장과는 사뭇 거리가 있는 상태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의협은 의료관치주의와 탈전문화에 대한 반발, 치협은 할인·유인·알선에 의한 비급여 부분의 침식에 대한 반발, 한의협은 유사의료에 의한 한의사 영역 침범에 대한 반발이 의료법 개정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의협의 임시 대의원 총회가 있은 2월 3일은 의료법 개정 반대 투쟁의 분수령이 되었다. 의협은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 거부 입장을 결정하면서 의료법 개정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그리고 2월 6일 서울시의사회 집회와 11일의 의협집회를 거치면서 의료법 개정 반대 투쟁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울시의사회 집회가 있던 바로 다음 날인 2월 7일에 의료연대회의에서는 의료법 개정 논의를 두고 정부에 대해 “의료법개정안이 의료를 돈벌이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의료계에 대해서도 `투약' 명시, `간호진단' 삭제, `표준진료지침' 삭제, `유사의료행위 근거' 삭제에 대해서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말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확대해 `의료법개정실무반'을 재구성하고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만들 것”을 주장하였다.  

의료법 개정안에 담긴 의료산업화 관련 조항은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의료법인간의 인수합병을 허용함으로써 부실 의료법인의 청산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MSO(병원경영지원회사) 등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프리랜서 의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의료기관의 네트워크화를 이루고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회계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의료 채권 등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했다. 특히 의료법인의 수익사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의료시장 영역을 개발하며, 보험회사와의 계약에 따른 유인·알선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연계 상품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비급여 중심의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활성화하고, 당직의료인 제도의 도입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성기 병상에 대한 구조 조정을 유도하고, 병원내 의원 개설을 통해 미국식 개방병원제의 한 형태로 병의원간 역할 재정립을 시도하며, 의료 광고를 기존의 포괄적 금지(positive list system)에서 선별적 금지(negative list system) 방식으로 변경하여 의료기관에 대한 마케팅을 허용하는 것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사실 의료산업화와 관련해서 의협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원론적인 찬성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과 관련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부주도로 병원 중심의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였다.  

특히 병원내의원 개설, 당직의료인의 신설, 보험회사와의 계약에 따른 유인·알선의 허용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민간보험에 의한 전문직 자율성의 침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항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시행될 경우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의료법 논의과정에서 당직의료인 관련하여 일부 예외조항이 마련된 것은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으나 여전히 문제가 있는 조항들에 대해서는 개선의 필요성이 많다.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인 단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이러한 문제점을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봉식 <노원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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