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산행
청계산 산행
  • 의사신문
  • 승인 2007.07.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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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은 현충일로 공휴일이라 병원 문을 닫고 아내와 함께 청계산 매봉까지 오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아이들은 학원이다,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하여 둘이서 오붓하게 갔다 오기로 하고 출발한 것이다.   조그마한 배낭에 수건과, 시원한 얼음물을 넣고, 입구 근처에서 콩가루를 듬뿍 묻힌 쑥 인절미와 쑥 개떡을 사서 산에 올라갔다.  

결혼한 지 17년이나 되었지만 아이들 없이 둘이서만 산행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아내는 조금 힘들어 했고, 나는 쉬엄쉬엄 가자고 했다.  매봉까지 가는 길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들이 많이 있었고, 각각의 계단에는 공사에 기부한 사람들의 간단한 말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와 아내는 그 문구들을 일일이 읽어 가며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나무 의자에 앉아 준비했던 물과 떡을 먹으며 추억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내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교회에서 같이 자라온 사이다. 내가 짝사랑을 하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고 지금까지 같이 살아 왔으니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20년 전 지리산 반야봉에서 철쭉꽃에 취해 한나절동안이나 산 정상에서 둘이 즐겁게 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 고군분투하며 사는 모습이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린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인생이 무엇인가? 삶이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하며 막걸리 잔에 날 새는 줄도 모르는 철없던 젊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임이 있어도 다음날을 생각하고 일찍 귀가하는 생활에 젖어버린 평범한 중년이 되어버린 나를 인식하게 되었다.  순수한 낭만보다는 성취와 보람을,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편안하고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성숙해 가는 나를 사랑한다. 〈객원기자〉







이용태 <광진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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