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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으로서의 도리
아랫사람으로서의 도리
  • 의사신문
  • 승인 2007.06.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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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별 탈 없이 성실하게 일하던 직원 하나가 갑자기 일을 그만 두겠다는 통보를 해 온 일이 있었다.   어떤 사정얘기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형식이라 그 무례함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던 차에 이웃의 어느 원장으로부터 제보 아닌 제보가 하나 날아 들었다.  

인근 의원들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끼리 어울려 얘기를 나누던 중에 누군가가 우리 직원을 부추겼으니 그를 말려 보라는 내용이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나이에서 자기 발전과 이익을 꾀하기 위해 동료들끼리 서로 간에 정보를 나누고 하는 행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더욱이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오히려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인정하고 이해하는지라,그 보다는 그와 같은 상호간의 정보교환 같은 과정을 거친 후에 자기생각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구체적 행동으로 옮긴 것에 대해 성인으로서 마땅히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혹시 내 자신이 윗사람으로서의 약속을 어기거나 잘못한 일이 없었는지를 돌이켜 확인한 후에, 고마운 제보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원하는 그대로 퇴직하도록 처리했다. 그 후에 요즘은 의원 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직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갑자기 직원의 자리가 비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조금은 난처하고 힘든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유달리 `기가 막힌' 수련환경에 처하게 되었었던 내 전공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생각의 조절로 무사히 고비를 넘기는 늠름한(?) 원장이 되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여러 가지 정보가 귀에 들어왔어도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며 아랫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 한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억울함을 당할지언정 후회나 마음의 빚은 없는 법. 

나 역시 계속해 개원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원장님'이라 불리는 소위 윗사람으로 지내게 되겠지만, 아랫사람에게 무릎 꿇으며 용서를 구하던 어느 윗사람들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나 자신은 내 아랫사람에게 최소한 그런 비겁함만은 보이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윗사람으로서의 올바른 도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객원기자〉




김희영 <관악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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