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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힘
단순함의 힘
  • 의사신문
  • 승인 2007.06.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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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자제품의 흐름을 보면 성능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기계들은 점점 작아지고 모양과 기능은 더더욱 복잡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에 맞추어 그 외양 역시 화려하고 기이해져 간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포드나 맥킨토시 같은 단순함의 미학이 극대화되면서도 필수적인 성능에 지극히 충실한 제품을 보면 그들이 뿜어내는 마력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시장을 휩쓰는 이면에는 이러한 기본에 대한 충실함과 단순함이 담고있는 원초적인 힘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점은 우리 삶에서도 적용되는 듯 하다.

수련을 마치고 수년 간 나름의 진료생활을 하다 보면 기본에 없던 화려한 테크닉과 요령이 자연스레 따라붙어서 나중에는 그런 외양이 더 당연하고 값진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럼 없이 남에게도 전파를 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본에서 벗어난 생활의 기술은 결국 올가미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환자에게 진실하라는 원칙을 두루뭉실 생활의 기술로 대치하면 결국 내뱉은 말에 속박되는 결과를 겪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 호황이던 1980년대 일본에서 잘 나가는 공무원은 점심식사 후 느긋하게 술냄새를 풍기며 오후 일을 시작하는 것이 자랑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누군가에게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었단다. 그러나 이런 기본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난 사회생활의 테크닉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 뿐 아니라 일본 전체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드는 단초가 됐음이 분명하다.

우리사회에서 무수히 목격되는 화려한 인물들의 낙마를 보면서 이들의 화려한 캐리어나 권한은 본래 단순한 `Representative'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이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화려하지 않은 충실함으로 진료를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별로 수익성이 없는 기술이지만 어떻든 부메랑 걱정은 적으니 속은 편하다. 언젠가 대부분 의사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단순함이 빛을 발하는 때가 있으리라. 〈객원기자〉







조재근 <금천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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