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노모와 함께 한 문경세제 여행
노모와 함께 한 문경세제 여행
  • 의사신문
  • 승인 2007.06.02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가 혼란 할수록 방어적으로 자기중심적 사고와 편견에 갇혀 사리사욕만 늘고, 가족 친구 간에도 양보할 줄 모른다. 부모형제간의 송사도 다반사다. 사랑과 믿음이 말라가는 세상. 가끔 `생과 사'를 생각해본다. 생자필멸. 공수래공수거.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5, 6일 연휴를 이용하여 3남매 부부가 87세 노모를 모시고 어버이날 효도 나들이로 문경새재를 다녀왔다.

5월 4일 진료를 마치고 저녁 늦게 차를 몰아 정체가 심한 경부,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이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들어서니 막힘없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시속 130Km씩 달린다. 문경관광 호텔에 도착하여 먼저 도착한 가족과 반가운 상봉을 마치니 자정이 넘었다. 호텔은 깨끗하고 설비도 좋고 값도 실비다. 아침 일찍 기상하였지만 공기가 좋은 탓인지 전날 피로가 씻은 듯 풀리고 상쾌하다. 서둘러 간편한 복장으로 호텔을 나서서 문경새재 도립공원 매표소까지 걸어서 5분 거리. 몇 년 전부터 허리, 무릎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노모를 휠체어에 모시고, 3형제가 교대로 밀면서가고 부인네들은 소녀처럼 장난치고, 깔깔대며 좋아하고, 어머니 표정도 아주 밝다.

문경새재. 새도 쉬었다 넘는 고개라 하여 조령(鳥嶺)이라고 한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높이는 해발 642m다. 새재 우측의 주흘산(1106m)은 서울의 삼각산과 자리다툼을 하였다는 명산이다. 옥류와 울창한 원시림과 더불어 주변경치가 빼어나고 산세가 웅장한 문경의 진산이다. 여러 개의 폭포와 계곡미가 빼어나 문경새재가 도립공원이자 경북 8경의 하나로 지정 되었다.

소백산맥 동북사면에 조령산, 운달산, 백화산, 주흘산에서 발원하는 신북천, 조령천이 합류하여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숙종때 중국의 산해관을 본떠서 제1관문(주흘관), 제2관문(조곡관), 제3관문(조령관)에 홍예문과 수구문을 만들고 부속성벽을 쌓아 만들어 문경새재라 하였다. 신라시대부터 주흘산의 한 갈래인 대촉산을 넘어 계립령으로 다녔고, 조선 초부터 조령이 개척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논의가 시작되어, 1594년 영의정 유성룡이 중국의 산해관과 같은 방위시설 축조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실행되지 못했다.

지금은 많은 휴양객, 산책·등산객들로 주말이면 붐빈다. TV드라마, 영화의 촬영지로서 `왕건' `무인시대' `대조영' `연개소문' 등의 촬영 세트가 문경새재 3문 안에 있다. 그날은 대조영 촬영이 있었다. 새재 도립공원 매표소 앞의 이씨조선 선비의 상(이율곡, 퇴계, 정약용 등 8인) 조각이 독특하다. 제1관문 막가는 입구에 장승공원이 있고, 주변에 백, 황, 홍, 분홍 등 각색의 철쭉이 군락을 이루어 아름답고, 야생화들도 많다. 자갈을 바닥에 깔아 만든 지압공원도 있다. 과거시험 보러 지나가던 선비나 관리들이 묵어가던 객관 터도 남아있고, 경상감사 신임, 후임자가 인수인계 도장을 찍던 교구정(交龜亭)도 남아 있다. 새재 길 주변 숲도 울창하고, 더덕, 송이버섯의 군락지를 지나니 산죽 밭이 많다.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계피나무, 오미자나무가 많고, 단단한 방망이 재료로 쓴다는 박달나무와 다래나무 넝쿨이 지천이다. 문경새재의 3관문을 잇는 도로는 왕복 80리 비포장 흙길이다. 자동차 두 대가 왕래할 정도로 넓고 오랜 세월 잘다져져 아스팔트 포장길보다도 더 평판하다. 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는 계속 오르막길. 80kg 거구의 노모를 모신 휠체어를 3형제가 교대로 밀며 오르는데 제법 땀이 난다. 내려올 때는 반대로 자동으로 슬슬 미끄러져 내려온다. 오르내리며 혼자 생각에 잠겨본다.

우리 한민족은 삼국시대-고려-조선-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이 세우고 지켜온 나라를 파당싸움과 관료들의 부패로 지키지 못하고 패망을 반복한 역사다. 지금도 현자들이 많지만 그들이 일러주는 데로 가지 않고 각 분야, 직역별 이해관계로 서로 다투다 무너지고 있다. 우리 의료계도 똑같다. 독불장군은 없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직을 화합시키고, 똑똑한 인재 몇 명만 잘 등용해도 잘 될 것이다. 회원들이여! 무조건 단결하자. 눈앞의 이익에 눈멀지 말고 믿음과 사랑으로 가족과 친구를 배반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가 올바로 설 것이다.

수신제가면 치국평천하라. 부모님에 효도하고 부모형제 가족이 화목해야 소속된 단체, 사회 국가가 건강해 지겠지. 내 몸이 힘들어도 노모의 웃는 얼굴을 보니 그 동안 진 빚을 조금 갚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준비해준 아우도 고맙다. 

 

노순성 <성북구의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