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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관련법의 개‧제정에 관한 비판적 검토
생명윤리 관련법의 개‧제정에 관한 비판적 검토
  • 의사신문
  • 승인 2007.05.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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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 구인회 교수
보건복지부는 최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 놓았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에서 문제점들을 검토해보면 다음과 같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검토
개정안에서는 배아를 `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으로 모든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까지지의 분열된 세포군'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배아를 물질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배아는 단순한 세포군이 아니라 하나의 존엄성을 지니는 인간생명체임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또 체세포핵이식행위를 `인간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것'으로, 체세포복제배아를 `체세포 핵이식행위에 의하여 생성된 배아'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거나,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것은 체세포 핵이식행위가 아니며, 그렇게 만들어진 배아는 체세포복제배아가 아닌 것이다.

적용범위에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의한다'고 하여 생명윤리법을 다른 법의 하위에 놓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규범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여 다른 법규에 의해 이 법의 목적과 취지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명윤리심의위, 독립상설기구로
개정안에 의하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장관 등 정부위원 2인, 생명·의과학계 또는 산업계를 대표하는 9인 이내, 종교·윤리·사회·법조·시민단체 또는 여성계를 대표하는 9인 이내로 구성된다. 그동안 장관들로 구성되었던 당연직을 7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고 민간위원으로 대체한 것은 바람직하나 굳이 비전문가인 장관들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으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산업계의 대표는 생명윤리 심의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되며, 시민단체나 여성계도 범주가 명확하지 않아 적절치 않다. 그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최소한 비율을 보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모든 위원은 생명윤리의 심의를 위한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가로 제한해야 할 것이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걸맞게 생명윤리학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대통령소속하에 두고 있으나 독립된 상설기구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며, 지금까지처럼 그 활동이 유명무실해서는 안 되며, 운영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동법은 인간의 난자를 동물의 정자로 수정시키거나 동물의 난자를 인간의 정자로 수정시키는 행위를 비롯해 이종간의 착상 등 이종교잡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으로 인간의 정자의 활동성 시험을 위한 경우에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도 엄격히 이종교잡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지해야 할 것이다.

또 임신 외 목적의 배아 생성을 금지하며, 특정의 성을 선택할 목적으로, 난자와 정자를 선별하여 수정시키거나 정자를 선별하여 자궁에 주입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성염색체 관련 유전질환을 피하기 위한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이 예외 규정도 남용될 위험을 안고 있으며, 기증된 난자 또는 정자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망한 자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배아 생성 행위의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망한 자의 생식세포를 이용해 출산을 돕는 행위는 그 윤리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법에서는 임신 외의 목적을 위한 배아 생성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불임치료가 아닌, 환자 자신의 희귀병 치료를 위한 기증, 소위 연구만을 위한 난자의 채취와 기증의 예외적 허용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임신 외의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임신 외 목적의 배아 생성을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임신 외 목적으로 잔여배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여부를 묻는 것은 모순되며, 이 조항을 삭제하고 잔여배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잔여배아가 하나의 인간생명체임을 인식하고 제삼의 불임부부에게 입양시켜서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줄기세포주를 수립 또는 수입한 자는 그 줄기세포주를 보건복지부장관에 등록하도록 하고 질병의 진단·예방·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주가 적법하고 윤리적 하자 없이 수립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나 규정이 결여되어 있다. 연구자가 줄기세포주 수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윤리적 책임을 줄기세포주 제공자에게만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난자 또는 정자의 기증 시에 기증자 모두가 당해 난자 또는 정자로 만들어질 배아를 연구 목적에 사용하는 데 대하여 동의한 경우에는 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 또는 정자를 사용하여 생성된 배아도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희귀·난치병 치료 연구목적을 위한 체세포핵이식행위와 단성생식배아의 생성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희귀질병 연구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배아를 희생시키고 인간복제의 위험을 안고 있는 생명조작 연구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치료목적의 배아연구와 복제 목적의 배아연구는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단지 생식세포 자체의 질환과 생성된 배아 자체의 치료 목적을 위한 연구만 허용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 검사기관 허가제로 강화

법안은 유전정보를 이유로 교육·고용·승진·보험 등 사회활동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전자검사를 받도록 강요하거나 유전자검사의 결과를 제출하도록 강요하여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을 통하여서도 강제적으로 유전자검사를 받게 하거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을 것이므로 이 예외 조항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법안에 의하면 유전자 검사기관을 신고만 하도록 되어있으나 자격 제한을 엄격히 둘 필요가 있다. 국가기관에는 신고의무를 면제하고 있으나 비국가 기관과 동일한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

유전자은행을 개설하고자 하는 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국가기관이 직접 개설한 유전자은행은 예외로 두고 있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유전자은행을 개설·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해당 연구비 지원의 승인을 얻은 때에 보건복지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한다. 이러한 예외 조항은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삭제해야 한다. 연구비 승인과 더불어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은 상당한 특혜를 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기관은 신고만 하도록 되어있으나 허가 사항으로 해서 검사기관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안은 근이영양증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유전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의 배아 또는 태아 유전자검사를 허용하면서 난자·정자·배아 또는 태아에 대한 유전자치료는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난자·정자·배아 또는 태아에 대해 치료를 금지하면서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유전자 검사와 연구는 치료 방법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치료를 금지하면서 유전자 검사를 허용한다면, 태아가 유전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진단되는 경우 낙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배아 또는 태아 자체의 치료를 위한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

개정안에서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승인을 위한 부칙 제3항을 삭제하여 체세포 복제 연구기관으로 등록만 하면 누구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년 이상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경력과 관련 학술지에 1회 이상 논문게재 실적이 있어야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한다는 이 부칙은 황우석 박사만이 독점적으로 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제 황 박사의 논문이 취소된 이상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학자가 없기 때문에, 연구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부칙을 삭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허위와 허상이 드러났고 그 도덕성과 실용화 등에 강력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연구를 허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생명윤리법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생명과학 기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생식세포 기증, 가족 질서 파괴
생식세포 관리·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검토

이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산하 인공수정전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해 살펴보자.

법안에 의하면 생식세포의 이용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인정하는 가족관계질서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생식세포의 기증이나 이용은 오히려 가족관계질서를 파괴하고 조화를 깰 가능성이 크다. 비배우자간의 기증으로 인해 부부간의 불화가 생길 수도 있으며, 아이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심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기증자, 수증자, 시술대상자 등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과학적, 사회적 이익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나, 황우석 사태에서 판명되었듯이 실제는 이러한 고려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남용되기 쉽다.

잔여난자의 경우, 혹은 희귀·난치병 연구를 위해 해당 질병을 가진 자가 기증하는 경우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구 목적으로 난자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법안의 정의에 의하면 `잔여난자'라 함은 본인의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중 사용한 또는 사용할 난자를 제외한 것을 말하며 체외수정에 실패한 난자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잔여난자는 당사자인 여성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에 의해 결정되어질 것이므로 시술자의 선택에 따라 기증난자가 결정되고 남용될 우려가 있다.

제3자의 기증이 아니고는 임신이 불가능한 부부에 한하여 생식세포를 기증받을 수 있으며, 1인이 기증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으나, 불임치료를 위해 난자를 채취하는 여성이 채취한 난자의 일부를 다른 여성의 불임치료 목적으로 기증하거나 연구 목적으로 기증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불임치료를 위해 난자를 채취하는 여성은 기간이나 횟수 제한 없이 기증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이런 여성의 건강에 대한 고려가 배제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해명이 필요하다.

특정인을 지정해 기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예외로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구 목적으로 정자를 기증하는 경우와 불임부부 또는 그의 친족으로서 기증의 자발성, 가족관계의 문제에 대해 윤리적 검토를 거쳐 기관위원회의 승인받은 경우에는 특정인을 지정하여 기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발적이고, 기관위원회 승인을 받은 경우라도 친족이 기증자가 되는 것은 근친상간 상황과 유사하며, 가족관계의 질서와 조화를 해칠 소지를 다분히 지니고 있다.


#여성의 도구화‧생명파괴 우려
또 불임치료 목적의 기증인 경우 수증자의 피부색, 혈액형, 모발색 등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배아생성의료기관에서 선정토록 한다는 것은 소위 넓은 의미의 맞춤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법안에 의하면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는 기증된 생식세포로 태어날 아이가 성인이 되어 기증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공개 여부 및 그 범위, 잔여배아의 연구 목적 이용에 대한 동의 여부 등의 사항이 서면동의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배아수정관리기관은 생식세포 기증자 및 수증자의 인적정보 등 기증과 관련된 자료를 기증시로부터 50년 동안 보관해야 하며, 기증자가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증자의 개인식별정보 보관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증자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생물학적 부모를 알 아이의 권리는 고려될 수 없다. 또한 정보공개를 해서, 훗날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부모를 찾을 경우에도 가정불화, 상속권 등 예상치 못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법안은 생식세포의 유상거래 금지조항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증자로 하여금 기증자에게 보상할 실비와 그 밖에 난자채취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비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법안은 근로자가 수증자를 선정하지 아니하고 생식세포를 기증하는 경우 신체검사 또는 채취 등에 소요되는 내원일에 대하여 병가나 유급휴가로 처리하도록 하여 기증을 장려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불임부부의 임신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불임치료를 위한 생식세포 기증을 허용하고 있으나, 기증된 생식세포를 이용해 아이를 낳는 것은 불임치료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비배우자간의 인공수태시술은 태어나는 아이의 행복권 침해, 가족관계의 혼란, 대리모 문제 등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 윤리적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불임부부의 생식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서라도 아이를 갖는 것이 가능하도록 사회가 보장해주어야 하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

불임치료를 위해 생식세포를 채취, 기증하는 것을 장려하고 잔여난자를 연구용으로 기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훼손하고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며, 생명파괴를 합법화하는 비인도적인 처사이다. 또한 동 법안이 목적으로 내걸고 있는 `불임치료 등의 목적으로 생식세포를 채취·기증·이용하는데 있어서 적정을 도모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취지에도 어긋난다. 또 대리모에 의한 출산에 대해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남용될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그동안 법의 부재 가운데 만연되었던 비배우자간 인공수태시술을 개정안에서는 합법화하고 있으나, 그보다는 의학적으로 임신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자연출산조절법 등 기본적 치료와 입양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취약 계층 여성의 희생과 무고한 인간 배아의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체외수정을 통한 배아의 생성은 금지되어야 한다. 체세포복제배아 연구, 단성생식 배아줄기 세포주 연구, 이종교잡 등 생명의 파괴와 조작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구인회 <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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