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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과 ‘메밀소반’ <1>
메밀과 ‘메밀소반’ <1>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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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교과서에 나온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을 보면서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던 경험이 많을 것이다. 평창이나 봉평에 적지않이 다녔던 필자도, 정작 메밀꽃이 핀 광경을 2년 전에 비로소 보았다. 그 광경은 정말 너무 소박하면서도 화려하여, 환한 달빛 아래서 끝도 없는 메밀꽃밭을 본다면 숨이 막히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도 9월 8일이면 메밀꽃 피는 봉평에서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이효석님 덕분에 이전에 `구황식물'로서 배고픈 서민의 허기를 달래주던 메밀은 단순한 잡곡 이상의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최근에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식재료가 되었다.
 메밀은 5월에 파종하여 7·8월에 수확하는 여름 메밀과 7월 중에 파종하여 10월쯤 수확하는 가을메밀이 있는데, 요즈음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는 편이다.

필수아미노산등 영양가 만점

 메밀은 영양가가 높은 식품으로 단백질이 다른 곡류보다 많으며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의 함유량도 많다. 또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루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더욱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 루틴은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모세혈관의 작용을 강화시켜 뇌출혈 등의 출혈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루틴은 메밀싹과 꽃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메밀국수를 삶은 물에도 상당량이 용출되므로 면수를 마시는 이유가 된다.
 메밀로 만든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메밀국수와 메밀냉면이며 그 외에도 메밀묵, 메밀부침개, 메밀수제비, 메밀당수, 메밀산자, 메밀만두, 유탕 등이 있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 면을 만들 때 전분을 섞게 되는데, 전분을 많이 섞을수록 면이 질겨지며 메밀 특유의 맛과 질감을 느끼기 어려워지므로, 옛날에 비해 가격이 높아진 메밀을 많이 넣는 국수나 냉면전문점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메밀소반'은 필자가 즐겨 찾는 메밀음식점 중 하나다. 생긴지 오래된 곳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편안한 인테리어가 가족들끼리 방문하기에 좋고, 뉴욕에서 일식과 프랑스 음식을 공부한 여사장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전분을 전혀 섞지 않고, 현미수준으로 도정한 메밀가루를 100% 사용하며, 주문을 받은 즉시 반죽하여 무쇠 가마솥에서 끓여낸다. 가느다란 막국수 모양의 거뭇한 메밀국수의 맛과 질감이 구수하고 담백하다. 가다랭이포를 우려내 직접 만든 육수를 넉넉히 붓고 메밀국수를 말아 냉메밀이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메뉴인데 육수가 아주 완성도가 높진 않지만 담백해서 좋다. 두부를 곱게 갈아 견과류 가루를 곁들인 두부메밀은 일반적인 콩국수에 비해 국물의 질감이 부드러우면서 고소하고, 여기에 갈아 넣은 견과류의 씹는 맛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높인다.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비빔메밀을 권한다. 흔히 접하는 비빔냉면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간이 세지 않고 MSG를 쓰지 않는 덕분에 대부분 뒷맛이 개운하다. 온메밀과 메밀과자는 날씨가 추워지면 추가되는 메뉴다.
 그 외에 두툼한 대구살을 바삭하게 튀겨낸 대구튀김, 삼겹살에 통후추, 생강, 계피 등을 넣어 향을 낸 수육, 노릇노릇 지져내는 고소한 녹두 빈대떡 등은 포천생막걸리와 함께 하기 좋은 메뉴들이다.
 주문 후 면을 뽑아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일요일 점심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메밀소반 : 분당 아데나루체 상가 1층 전화번호는 031-715-9993
 냉메밀, 두부메밀, 비빔메밀 모두 6000원씩. 대구튀김 1만5000원, 수육 1만3000원, 녹두빈대떡 7000원, 포천생막걸리 3000원 매월 첫째 월요일 휴무

 {강남 한송이W유방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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