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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에서의 인문사회의학교육
의과대학에서의 인문사회의학교육
  • 의사신문
  • 승인 2007.05.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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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광호 <가톨릭의대 교수>

▲ 맹광호 교수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도 인문사회과학 관련 교육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즉, `인문사회의학' 또는 `의료인문학'으로 지칭되는 의료윤리, 행동과학, 의료사회학, 의사학, 그리고 의학과 문학 등 의학과 관련된 인문사회계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에 실시된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1990년 우리나라 의과대학 의예과 2년 교육과정 전체 평균 이수학점이 84.4 학점이던 것이 2002년에는 79.8학점으로 감소한 반면, 인문사회의학 관련과목 학점은 28.7학점에서 33.3 학점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의학과의 경우도 인문사회의학 관련 학점이 1990년에는 대학 당 1.96학점 수준이던 것이 2002년에는 무려 5.26학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에서 인문사회과학 분야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의학교육이 주로 생·의학적 모델에 의한 질병이해와 치료관리 교육에만 치중해 옴으로써 소위 `의료의 비인간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의사·환자 관계가 소원해 지면서 그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료가 어려워 졌다는 인식이 의학교육계 전체에 공유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의과대학들에서의 이런 변화는 지금부터라도 의학과 관련이 깊은 인문사회계열 교육을 통해 이런 부분을 보완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이며 이는 매우 다행스런 변화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대부분 대학들에서의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아직은 강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필요성에 대한 인식만큼 이 교육을 위한 인력이나 실제 교육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인문사회의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가치교육에 속한다. 따라서 이 분야 교육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교육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 보다는 학생들의 참여가 극대화 되는 교육방법, 예컨대 독서와 성찰적 사색, 그리고 토론 등의 방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유형의 인간상이 반영된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으로써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 의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풍부한 인간성과 인간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많은 책을 읽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충분히 많은 사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엘리어트의 말처럼,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인문사회의학 교육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인문사회의학 교육에서 다른 어떤 무엇보다 효과가 큰 교육방법은 두 말할 것 없이 교수들에 의한 `역할모델'(role model)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사회의학과 같은 가치교육에 있어서 역할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교육대상이나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성인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이며 따라서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양성하는 교육에 있어서는 역할 모델의 교육적 효과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한 대학의 인문사회의학 교육 수준은 그 대학이 얼마나 많은 역할모델 적인 교수들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의학교육계에 일기 시작한 인문사회의학 교육이 하루 빨리 정착되어 `의료의 인간화'를 위한 21세기 새로운 의학교육계획이 잘 실천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직접 학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문사회의학 교육전문가가 확보되어야 하고 제반 관련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각 대학은 이를 위해 대학 내 의학교육 전담부서나 위원회를 설치해서 이 분야 교육과정 발전을 위한 꾸준한 연구와 논의를 해 가야 하며 전국적으로는, 대학 상호간 인문사회의학 교육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거나 이미 활발한 학회 활동을 하고 있는 윤리교육학회나 의학교육학회 등과 함께 이 분야 학술활동을 활성화 해 가야 할 것이다.

한편, 의과대학 인정평가에서 인문사회의학 교육내용 평가를 강화하는 일이라든지 의사국가시험에 최소한의 인문사회의학 관련 시험문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도 우리나라 의과대학들에서의 인문사회의학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제 교육이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좋은 제도적 접근이 될 것이라고 본다.〈객원논설위원〉

맹광호 <가톨릭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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