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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디자인과 디자인 사이언스
바이오 디자인과 디자인 사이언스
  • 의사신문
  • 승인 2007.05.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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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산물과 효율의 극한

꽤 오래된 일이다. 최고의 디자이너와 공기 역학의 대가들이 비행기 날개를 실험했다. 별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이 디자인의 날개를 연락용 항공기에 달았다. 비행기는 이상하게 불안하며 자주 추락했다. 미국 국방성은 이 날개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가장 안정한 날개의 형태를 주문한 것이다. 당시까지는 모기의 날개가 매우 안정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날개를 모기 날개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그 다음부터 이런 종류의 비행기들은 잘 추락하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잘 모르는 상태로 비행기들은 추락하지 않고 잘 날아다닌 것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메카니즘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 딱히 어떤 분과에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biomimetics라고 부르기도 했다. 학술분과들이 학제간(inter disciplinary) 영역에서 서로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모기는 항공역학을 잘 모르지만 성공적으로 날 수 있었다. 반드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해도 어떤 일들은 꼭 그 연유를 알고 싶은 것들도 있다.

농담삼아 새는 항공역학을 모르지만 항공역학을 스스로 구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은 그 극한까지 테스트 받은 그 무엇들이다. 실패하면 개체와 그 DNA시리즈까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로보틱스와 나노의 세계에서 자연의 대상들은 그 중요성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 뜬금없이 이야기한 버크민스터 풀러의 이야기는 효율의 극한에서 자연의 산물과 두뇌가 만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차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공기역학 계수 0.3정도면 정말 매끄러운 곡선에 속한다. 차의 모양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계란을 찌그러뜨린 모양으로 만들고 밋밋하게 해서 겨우 얻을 수 있는 수치라고 믿었다. 공기역학에 대해 적어 놓은 논문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벤츠에서 발표한 복어를 벤치마크 한 디자인은 0.25에 근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그전의 디자인은 빛을 잃고 마는 것이다. 자연에서 디자인이 기능을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이 디자인을 선행한다고 할 수 있다. 계란과 닭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비슷한 일이 생물체의 디자인에도 해당한다. 풍선을 생각해 보았을 때 풍선은 웬만한 충격에는 잘 터지지 않는다. 날카로운 무엇이 응력을 집중시키기 전에는 터지지 않는 것이다. 변형력과 응력 그리고 압력은 표면과 공기를 통해 분산된다. 세포는 세포막과 사이토 스켈리튼을 통해 분산된다. 이런 일에 주의를 기울인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말한 버크민스터 풀러에게는 1950년대 또는 그 이전부터 중요한 과제였다.

공에서는 응력은 사정없이 분산된다. 생물의 외골격이나 사이토 스켈리튼에서도 응력은 사정없이 분산된다. 근육이나 인대를 통해서도 힘은 분산되어 버린다. 아직 자동차는 이런 수준에 접근하려면 한없이 멀었다. 조직이나 세포수준의 인테그리티를 흉내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뼈 안에서도 응력의 분산은 계속된다.

곤충 정도만 되어도 근육과 외골격의 관계는 로보틱스의 영역에서 밝혀지고 있다. 신경계가 하는 일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탄성이나 반발력 요소로서의 운동신경의 역할이 증가하는 것이다. 수백개의 근육은 응력을 분산하고 기계적 반응에 대한 미소하게 반응한다. 그것으로 고속의 곤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쇠로만 차를 만드는 시대를 지나고 복합재료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플라스틱 라미네이션이나 세라믹, 탄소섬유와 케블라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철판에 카본 시트를 붙여 놓는 것이나, 막 비슷한 금속 시트를 붙여 놓는 것으로도 완전히 다른 재료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생물을 모방하게 되었다, 이젠 연료마저도 바이오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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