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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부검
엔진의 부검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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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은 좋은 제품으로 자주 갈아야

필자는 마니아 증상이 있는 사람이다. 한때는 차의 엔진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어떤 엔진을 10개 가까이 모은 적도 있을 만큼 광적이었다. 물론 그 엔진이라는 것이 7000rpm으로 트랙을 연속주행해도 타지 않는다는 유명한 엔진이기는 했지만 심하기는 심한 마니아 증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없어져 가는 차종의 엔진을 모으기 위해 가끔 지방의 정비공장이나 폐차장도 마다하지 않고 다닌 적이 있었다. 돌아올 때는 엔진과 박스를 합쳐 200Kg 가까운 부속의 무게로 트렁크는 과적 상태가 된다. 엔진은 지하실의 보관함에 고이 모셔진다. 아마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보관 전에 물론 엔진은 부검을 한다. 크랭크나 피스톤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이다. 사인은 알지만 다른 부품들이 그 차와 엔진의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차의 죽음, 특히 엔진의 사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가지는 아주 사소한 잘못에서 비롯된다. 별 이유가 아닌 것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엔진의 오버히트다. 오버히트는 엔진이 과열되는 것인데 대부분 헤드가 열로 인해 변형되면서 압축비가 떨어지며 그것으로 헤드의 수명이 끝나는 경우가 상당 수 있다. 냉각수가 떨어졌다던가, 라디에이터가 샌다던가 아니면 캠의 체인구동 방식의 엔진에서 워터 펌프가 불량인 경우 흔히 올 수 있는 현상이다. 가끔 황당하게도 써모스탯이라는 부품이 망가진 것을 주인이 모르고 달리면 엔진은 라디에이터에서 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과열되어 곧 사망하고 만다. 차의 출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만 알고 있으면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의 비용으로 수십만 킬로를 더 달릴 수 있는 엔진의 수명이 끝나고 마는 것이다. 엔진을 오버홀 하는 비용이 비싼 경우에는 몇백 이상이 들기 때문에 주인들은 차의 수리를 포기하고 만다. 간단한 상식만 있었어도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인데 차는 거기서 수명이 끝나고 만다. 필자가 알던 지인의 차 역시 오버히트로 수명이 끝나고 말았다. 전화를 받고 가보니 아름다운 w124의 엔진이 그냥 녹아 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엔진은 부품으로라도 가치가 있고 헤드만 교체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사태는 역시 더 간단한 이유로 발생한다. 엔진오일을 떨어뜨리는 경우다. 엔진오일이 떨어져 오일펌프에서 유압부족으로 순환을 멈추는 순간 크랭크의 베어링은 녹아서 크랭크축에 달라붙어 버리며 피스톤과 실린더 역시 큰 손상을 입는다. 피스톤이 변형되면서 실린더를 뚫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되면 엔진은 완전히 못쓰게 되고 만다. 부검 역시 의미가 없다. 그러나 다른 사인으로 죽어버린 엔진의 경우, 이를테면 캠벨트의 교체 주기를 놓쳐서 헤드의 밸브가 휘어버린 경우와 같은 상황에서는 차주인의 주행습관과 엔진오일의 상태가 명확히 들어 난다. 엔진오일이 열화 된 상태로 달리면서 베어링이 크랭크축에 묻어버렸는데도 주인은 엔진이 망가지기까지 차의 상태가 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틀린 증상이었다. 엔진오일을 너무 오랫동안 갈지 않아 헤드나 내부의 벽이 완전히 왁스처럼 변해버린 차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주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떡이 된 엔진오일이 오일 펌프의 입구를 막아 오일의 압력이 낮게 유지되어 엔진이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명차라도 이런 대미지가 한번 오면 심근 경색의 어택을 받은 환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퍼포먼스는 최악의 순간의 지배를 받는다. 약간의 데미지와 결정적인 데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빠른 경우 1분에 100번 이상 폭발과 회전을 반복하는 엔진에서 엔진의 열과 마찰력, 응력을 흡수하는 것이 엔진오일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단 한번이면 끝이다. 그래서 엔진오일에는 돈을 조금 들여도 괜찮다. 자주 가급적이면 좋은 오일로 갈아줄 필요가 있다. 나중에 엔진부검을 하는 시간이 오면 오일이 잘 관리된 엔진과 아닌 엔진은 큰 차이가 있고 엔진의 성능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도 많이 달라진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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