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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화'가 무엇인가?
'의료산업화'가 무엇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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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경 <고려의대 교수>

▲ 선 경 교수
참여정부가 던진 화두 중에서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의료산업화'로 의료를 국가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동안 우리 나라를 먹여 살리던 IT산업을 대체할 산업으로 의료를 키워서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그 동안 복지국가를 구현한다는 미명 아래 국민들에게 생색내는 도구로 이리저리 치이던 의료가 이제는 당당한 산업군으로 또한 경제주체로 대접을 받으려나 싶다. 그런데 의료산업화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의료산업화 과정에서 정부는 의료를 공공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으로 나눠서 접근하겠다고 한다. 우선 국민의 건강과 직결이 되는 공공성 부분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 쉽게 말해서 의료수가를 올리거나 영리법인과 같이 국민의 공공복지심리를 불편하게 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의료의 경제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개방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의료의 경제적인 부분이라…” 갈수록 어려워진다. 의료를 통해 재무적인 수익을 창출하자면 진료비가 언급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나 의료수가는 공공성 영역이니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돈을 벌라고 하면, 혹시 요즘 병원들의 주요 수입원인 영안실, 주차장, 음식점, 매점 사업을 더 키워서 활성화하라는 것일까? 설마 대통령께서 앞장서서 진행하시는 일인데 아무려면 그런 수준은 아닐 것 같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산업'이라는 단어를 클릭해보았다. `산업(産業, industry)이란,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생산적(生産的) 활동. 일반적으로 물적 재화의 생산과 더불어 서비스의 생산을 포함한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그렇다면 의료산업에서 생산하는 것은 무엇인가. 의료기기나 제약인가, 아니면 의료서비스인가.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3대 산업군이 있다. 석유산업, 군수산업, 그리고 의료산업. 우리 나라의 경우는 의료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2% 수준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도대체 미국의 의료산업은 무엇을 팔아서 미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을까. 만일 한국에서 의료기기나 약품을 개발해서 의료산업화에 성공하겠다면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국내 여건이 제조업은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높다고는 해도 비용이 높아서 마진폭도 적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수시장이 빈약해서 외수시장을 뚫어야 하는데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만일 서비스를 상품으로 팔면 어떨까.

질병이나 건강의 프로세스 관리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필요한 의료기기나 의약품은 사다 쓰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여기 대당 20억원 정도하는 의료장비가 있다. 수 백 억원의 국민세금을 투입해서 드디어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그 동안 SCI논문, 국제학회 발표, 특허 모두 많이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팔리지가 않는다. 국가 연구비가 워낙 많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몇 대는 국·공립병원들에게 떠맡겨서 일단 산업화 실적은 올렸다. 그것으로 그만이다. 몇몇 임상의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럴 바엔 그 돈으로 20억원짜리 외국장비를 사다가 전국 병원에 풀어놓고 외국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좋을 뻔 했다고 말이다.

의료산업화가 재무적인 성과를 필요로 한다면, 그런 R&D보다는 서비스를 상품화해서 파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의료서비스로 재무적인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의료수가가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절대로 의료수가를 차별화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 의료보험수가와 무관한 외국환자들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요즘 자주 들리는 `의료관광'이라는 화두도 바로 그런 궁여지책의 하나라고 본다.

선 경 <고려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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