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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파문 이후의 의료법
로비파문 이후의 의료법
  • 의사신문
  • 승인 2007.05.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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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료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 실무위원장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월 23일 저녁에 회의장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달되었다. KBS 9시 뉴스에 장동익 전 의협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돈 로비를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일순간 회의장은 마치 핵폭탄을 맞은 듯 멍한 분위기였다. 서둘러 회의를 마친 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 걱정스런 모습으로 삼삼오오 의협으로 들어오는 상임이사진을 뒤로 한 채 이촌동을 빠져나왔다.

그로부터 2주간의 시간은 참으로 일각이 여삼추 같은 긴 시간이었다. 첫 뉴스가 보도된 다음날 국회청문회 장면을 인터넷 중계방송으로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착잡한 심경을 가눌 수 없었다. 그날 밤 방송 3사의 메인 뉴스에서 관련 기사가 톱뉴스로 다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점점 꼬여만 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나는 수요일에 치러지는 4.25 재보선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만을 고대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4.25 재보선은 일반 국민의 예상을 크게 뒤집어 놓으면서 단숨에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였고, 의협에 쏠렸던 시선이 정치로 옮겨 갔다. 게다가 모 대기업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이 보도된 것은 우리로서는 행운이었다.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처럼 긴박한 순간에도 의료법은 정부 내 절차를 밟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대 국회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니 참으로 막막하였다. 나름대로 국회 쪽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 다들 몸을 사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 수정 내용을 다시 들쳐보았다. 과연 어디까지가 받을 수 있는 내용이고 어디까지가 받을 수 없는 내용인지 조문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정부가 4월 11일에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발표한 보도자료 이외에 부분적으로 손을 본 내용들이 보였지만 큰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된 내용이었다. 이제 의료법 개정안은 5월 3일에 차관회의를 통과하였다. 아마 5월 중에는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의료법 개정을 둘러싸고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회의의 의료법 반대 투쟁은 더욱 거세 질 것으로 보인다. 범의료계가 함께 준비 중에 있는 의료법 대체법안의 의원입법은 이미 힘들게 됐고 청원입법이나 제대로 될지 우려 된다.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보건노조나 의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돈 로비 입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의료법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의료산업화를 놓고 한때 정부 내에서도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가 일부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지금은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이 일부 반영된 의료산업화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지지하면서 사민주의적 시각으로 의료를 보아왔던 일부 학자들이 최근 정부의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면서 이미 한국 의료의 새로운 흐름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의협 내 일부 회원들의 강력한 투쟁 요구도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회원들의 반대 정서 속에는 단순히 의료법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라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에 형성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점은 의료법 그 자체만을 놓고 이해득실을 판단을 하는데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때로는 일부 회원들의 주장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적 관점이 뒤섞인 주장을 하는 것도 혼란스럽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어 국회에 제출이 되면 대한의사협회는 그 내용을 놓고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의료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방향을 새로이 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로비파문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봉식 <노원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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