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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바탕학습(problem-based learning ; PBL) <29>
문제바탕학습(problem-based learning ; PBL) <29>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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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과정에 PBL 포함땐 효과 극대화

많은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양을 가르치며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에 재미없어 한다. 의과대학 학생 때 배웠던 토막 난 지식의 상당 부분은 쉽게 잊혀지며 정작 의사가 되어 활용하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 방식에 대비된 학습 방법이 문제바탕학습(problem-based learning: PBL)이다.

PBL은 1960대 말 캐나다 McMaster의대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그 때 당시 McMaster 의과대학은 신설의과대학으로서 전체 교과과정을 PBL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후 몇 년 후 네덜란드의 Maastricht 의대, 호주의 Newcastle 의대에서 전격적인 PBL교과과정을 시작하였다. 이후 Bowman Gray, Harvard, Rush, Southern Illinois의대 등에서 대체 교과과정의 형태로 PBL을 도입하였다.

최근 2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의과대학에서 PBL교과과정을 시작하였다. 특히 Harvard 의대와 New Mexico 의대에서는 의대교과과정 전체를 PBL식으로 전환했고. 하와이 의대와 캐나다의 Sherbrook 의대에서는 전격적으로 전통적인 교과과정에서 PBL 교과과정으로 전환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성균관의대에서는 PBL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정규 교과과목 혹은 통합과정의 일부로 PBL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목표설정, 학습, 교육을 스스로

학습자가 임상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배우는 학습 방법을 문제바탕학습이라고 정의한다. 문제바탕학습에서 학습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바로 문제(problem)이다.

PBL 수업에서는 학생들은 실제 임상 문제 시나리오를 갖고 토론을 하면서 자기들의 학습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공부한 다음 서로를 가르친다. 이때 선생님은 운동경기의 코치와 같은 역할을 하며 튜터(tutor)라고 부른다.

튜터는 운동 선수로서 경기에 직접 뛰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잘 진행하도록 감독하고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작전을 세워 진행이 잘 되게 도와준다. 학생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문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학생 스스로 학습목표(learning issue)를 설정하고 서로 분담하여 공부를 한다.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재조명하며 얻어온 지식을 통합하고 전체 학습과정에 대한 평가 또한 스스로 판단한다.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정한 주제에 관하여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 받는다. PBL에서 다루는 문제는 대개 여러 교과목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기초의학 과정에서 PBL을 하게 되더라도 임상과 기초 의학이 서로 연결되고 행동과학, 정신사회학적인 측면, 법적인 문제까지 학습주제로 등장한다.


#임상추론, 의사소통 능력 개발

PBL의 공통 학습 목적은 폭넓은 지식 체계 구축,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임상추론 능력 개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학습 능력 개발, 정보수집 능력과 의사소통기술 개발, 깊은 이해를 하려는 학습 동기 유발, 전문적인 의료 환경과 가치체계에 조기 노출, 팀 접근 등이 포함된다.

PBL에서 학습 주제를 이끌어 내고 전체적인 지식의 기반을 형성하는 돛대의 역할을 하는 것은 학습모듈(learning module)이다. 이는 문제를 시작으로 임상적인 상황, 환자의 병력, 신체진찰, 검사결과, 병의 경과 등이 담긴 실제 환자를 근거로 하는 환자 시나리오로 제공 방식에 따라 공통 목표의 달성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PBL은 소그룹 활동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적절한 규모는 5∼7명이다. 5명보다 적은 경우에는 동원되는 지식의 양이나 구성원의 관점의 다양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7명 이상이 되면 튜터가 학생 하나하나를 제대로 따라갈 수가 없으며 학생 각자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발표할 기회가 부족하게 된다.

튜터는 한 모임에서 1∼3시간씩, 주당 6∼9시간 정도를 학생과 함께 한다. PBL에서 평가는 과정을 평가하거나 학업 성취도를 진단고사 등으로 평가하기도 하며 미니 PBL로 전체 학습과정과 성취도를 동시에 평가하는 triple jump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PBL수업 과정에 대한 평가는 형성 평가의 일종으로 자기평가, 동료평가, 튜터 평가가 모두 중요하다.

PBL교육 방법은 미국 의대에서는 졸업생의 의사국가고시 성적의 향상효과를 보여 주고 문제 해결능력의 향상 효과는 있었지만 아직 좋은 의사를 배출하였느냐의 관점에서는 일정한 결론은 없다.

한국의학교육학회의 주관 아래 전국 의과대학이 연합하여 PBL연구회를 결성하여 교육 방법의 개선, 모듈의 공유를 기치로 상부상조하고 있다.

PBL 교육 방법은 이제는 기초의학의 통합과정에 부분적으로 병행하는 교과과정으로 포함되고 있다. 과거에 단일 교과목으로 운영해 오던 PBL식 수업이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셈이다.

#모듈개발, 튜터, 능력 제고방안 고려

향후 우리나라 PBL의 발전 방향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좋은 모듈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알찬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모듈의 구성 내용은 전체 교과과정의 중요한 학습목표를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듈을 제대로 개발하는 것은 집중 작업이 필요하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는 튜터의 자질을 높이는 일이다. 튜터의 신규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경험을 가진 교육자를 재교육하여 효과적인 PBL학습 진행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셋째는 PBL 수업을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운영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도 주고 시간적 여유도 제공되어야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 가능할 것이다. △넷째, PBL 교과과정을 현행 임상의학과정에 위치시키기 보다는 기초의학과정에 포함시켜 기초의학을 임상과 연결하여 학습하게 해야 한다.
 



박훈기 <한양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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