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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정신
멀티플레이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정신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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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동풍이 불어 겨우내 숨겨두었던 꽃망울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특히 눈이 부시게 화려한 벚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봄이다. 자연은 우리를 속이지 않고 화창한 봄날을 선사하고 있는데 우리 의료계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엄동설한이 계속되고 있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 의료계도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깊은 생각에 잠겨본다.

지난 3월 31일, 서울시의사회의 1년 회기를 마감하는 제61차 정개대의원총회가 있었다. 시작할 때부터 신임 집행부에 던져진 공정위 과징금 5억원은 회원들의 지지와 집행부의 노력으로 3억여원으로 감액되는 큰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서울시의사회 살림살이에 적잖은 지장을 주고 있다.

또한, 당초 계획에 없었던 3·4차례에 걸친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은 16개 시도 의사회의 맏형으로서 그 소임을 다하였고 또 개악저지의 불씨를 당긴 성과도 있었지만 쏟아 부은 총알만큼은 서울시의사회 본연의 회무 수행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공정위 과징금건도 또 의료법 개악 저지 건도 암울한 우리 의료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자화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 진단서 발급 수수료를 현실화해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결국은 5억원의 과징금으로 돌아왔고,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의료법 개악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쯤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고 싶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 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멀티 플레이어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멀티 플레이어 정신'은 성공의 키워드가 되었다.

지금 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보면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 정신' 없이는 도저히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협상력'도 있어야 하고, `투쟁력'도 있어야 하고, `행정력'도 있어야 하고, `분석력'도 있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로비력'도 있어야 한다. 한쪽에서는 살자 죽자 투쟁하고, 또 한쪽에서는 의료계와 국민에게 득이 되도록 협상력을 발휘하여야 하고, 행정력과 분석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료들에게 로비력을 발휘하여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금은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으로 정부와의 창구가 꽉 막혀있다. 의협의 어느 인사가 의료법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모든 것이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고 발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9만 회원이 일치단결하여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은 하되, 그래도 한쪽에서는 어찌 되었건 대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의 현안 문제가 의료법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의료법 개악 저지의 날이 오겠지만 우리는 투쟁기간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멀티 플레이어 정신만이 의료계의 봄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말이다.

 



장현재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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