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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창간 47주년 기념사 - 발행인. 경만호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의사신문 창간 47주년 기념사 - 발행인. 경만호 서울특별시의사회장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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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정론지 소명 다할터

 존경하는 서울시의사회 회원 여러분!

올해로 창간 47돌을 맞이한 `의사신문'의 새로운 탄생을 기념하는 이 지면을 통해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우리 의사들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청진기를 들고 환자의 아픔과 함께 해야 할 우리들이 거리로, 과천청사로 뛰어나가야 하는 것도 부족하여 이제는 피로서 호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참으로 깊은 회한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순간 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입니다.

저는 이 어려운 시기에 그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잠시나마 흔들렸던 의사로서 우리의 사명감을 다잡아 보았으면 합니다.

히포크라테스가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게 된 것은 그가 질병이 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처음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질병이 신의 노여움을 산 결과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갑자기 몸을 떨면서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는 간질 환자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신과 만나는 접신(接神)의 순간으로 이해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간질은 `신성한 병'으로 여겨지고, 이 병을 앓는 이는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신의 사제로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스파르타와 페르시아 간의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되어 적지 않은 흥행을 거두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스파르타의 왕은 전쟁의 결과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신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탁녀를 통해 스파르타의 운명을 전해 듣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신탁녀가 반쯤 환각상태에서 예언을 한다는 것입니다. 극중 상황이다 보니 그러한 각색이 이루어진 것이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신탁녀의 행위는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간질 증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처럼 질병에 대한 무지가 주술의 힘에 가려 있던 시대, 히포크라테스는 과감히 그 억압에 도전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환자를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귀로 소리를 듣는 것도 부족하여 환자의 땀과 대변, 토사물, 고름까지도 냄새 맡고 심지어 맛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미신의 세계에서 고통 받던 환자들을 질병으로부터 구원해냈던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는 말합니다.

“낫게 하라, 아니면 악화시키지는 마라”

한국 의료계가 처한 최근의 상황을 대하노라면, 우리 의사들이 항상 가슴에 새겨온 이 말의 의미를 의료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는 정책집행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낫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덧내는 현 정부의 의료정책이 질병에 무지했던 저 고대 주술사들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귀를 닫아버린 입법자들의 처분만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환자의 상처를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응시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으로 우리는 이 난관을 직접 헤쳐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 가장 앞자리에 `의사신문'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입과 귀가 되어줄 `의사신문'의 소임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금번 회원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재정적 성원에 힘입어 `의사신문'은 명실상부한 제2의 창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의료법 개악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천명하는 회원 여러분들의 결의일 것입니다.

`의사신문'은 회원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정론지로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곧 `의사신문'에 보내는 최고의 격려이자 채찍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길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지속적인 애정의 질책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2007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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