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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총론: 건강보험시대 30주년 회고와 내일의 희망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총론: 건강보험시대 30주년 회고와 내일의 희망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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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관리 차원 통제중심 정책서 벗어나야

우리나라 의료의 개혁적 변화를 역사적으로 더듬어 본다면 그 첫 번째는 100여전에 시작된 현대의학의 도입이며, 그 두 번째는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시작된 1977년부터의 의료보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도입은 정부의 의료이원화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의료에 대한 과학적 접근보다도 이념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내일의 의료를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보험 역시 도입된 지 금년으로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보험료, 수가체계, 지불관계, 의약분업, 보험자의 관리체계 등 정책시행의 갈림길마다 아직도 어느 것 하나 안정되고 정석으로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재는 보험자인 공단은 공단대로, 의료공급자는 공급자대로, 의료소비자인 국민은 국민들대로 불만이 쌓여만 가고 있어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이 아슬아슬한 곡예의 고개를 지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갈등의 체험 속에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서, 다음 세대에서는 미래에 대해 예측 가능한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난 30년의 경험이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슬기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먼저 보험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국민건강관리 공단은 그 나름대로는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정착되기까지 과거 조합연합회로부터 현재의 국가 단일 보험자로 탈바꿈하여 발전해 왔지만 단일 보험자자체가 자칫 독야청청 의료소비자나 의료공급자 위에 군림하는 형태로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보험자끼리도 피보험자인 국민들에게 서비스에 의한 경쟁체제도 고려의 대상으로 한 번 재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의료공급자측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적으로 의료행위분류체계자체도 한국의 의료의 미래지향적인 모델보다도 의료비 억제측면으로만 접근하여 아직 체계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형태이며, 이를 바탕으로 수가가 책정되어 왔기 때문에 개정시마다 내부적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첨단의료나 새로운 기기 도입과정에서 아직도 합리적인 절차보다 경제적 득실여부가 우선되는 모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수가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객관적이고도 타당성 있는 제도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대가치가 도입되었지만 아직도 의료의 질에 대한 평가보다도 일률적인 전년대비 조정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진료과정 중에 당연히 일어날 개연성이 많은 의료사고 등에 대해,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도입되고 있다면 당연히 제도권 안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의료제공자나 의료소비자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의 입법을 시도한지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에도 보험법상 명시는 되어 있지만 그 인프라는 조금도 더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보험 재정 역시 OECD회원국 중 GDP대비 의료비 지출이 최하위권(2004년 평균 8.9%, 한국 5.6%)에 머무르고 있지만 아직도 건전한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보상보다는 의료보험정책 전반에 대해 오로지 재정적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결국은 제도권 내에서의 건전한 의료행위 정착보다도 비급여 등 왜곡된 의료행위를 정부가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건강보험법상 이중적 구조로 되어 있는 건정심의 역할과 구성도 현재의 의료보험 운영을 왜곡하고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그 구성원을 보게 되면 의료제공자측 인원비중이 보험자측과의 형평성 비중과는 거리가 멀어, 의료공급자의 의견이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진정한 계약이라면 최소한 1대 1의 비율에 의한 계약이 바람직하지 업종별 구색으로 맞춘 구성원에 의한 계약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전국민이 참여되고 있는 건강보험에서 청구행위로 축적된 통계자료는 현재의 의료보험의 실태를 파악하고 동시에 국민의 건강지표와 내일의 바람직한 보험설계의 중요한 기본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아쉽게도 현재로 보아서는 그 초점이 오로지 보험재정과 의료기관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데 맞춰져 있다는 곡해를 사고 있다. 국민의 의료형태의 변혁은 규제에 의하기보다도 유연한 행정을 통해 내일의 건전한 의료보험으로 유도되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러한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지난 30년간의 의료보험 제도의 운영을 되돌아보면 이제 인간으로 치면 성년으로 탈바꿈을 하게 되는 연륜이 되었다. 성숙된 성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백년대계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통제에 의한 경직으로 운영되는 보험제도로부터 탈피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건전한 의료보험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 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의사신문의 이번 특집도 이러한 욕구를 점검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며 좋은 의견이 개진되어 앞으로의 의료보험발전에 기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권오주 <노원 권오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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