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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적정재정 규모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적정재정 규모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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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계획 사회보험료 인상 선행돼야

2004년도 기준 우리 나라의 총 국민의료비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직접의료비가 26조원, 간접의료비(간병료, OTC 약품 비용 등)가 14조원이며 직접의료비중 급여항목이 22조원이다. 급여항목 가운데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있는 금액이 약 16조원이고 나머지는 환자 부담으로 추정된 바 있다. 건강보험의 부담금을 포함한 약 40조에 이르는 이러한 비용을 모두 합할 때 비로소 국내총생산(GDP)대비 전체 의료비가 5.1% 수준이라는 계산이 성립한다.

모두가 주지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금보다 건강보험의 부담 범위, 즉 보장성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정규모일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위해서는 앞으로 변화될 의료수요를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예상되는 변화는 노인의료비의 급증이다. 2005년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의료비는 전체의 약 23%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약 10년 후인 2018년 정도에 통계청 추계로 총 인구중 노령인구 구성비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에는 단순한 추정으로도 현재의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의료비보다 약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수준의 보장성 범위로 국한된다는 전제가 있다.

만약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와 노인인구를 대상으로 한 보장성 범위를 넓히고자 할 경우 그 지출항목에 따라서는 훨씬 더 많은 재정 규모를 필요로 한다.

재정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중요한 변수는 요양 비용이다. 현 정부는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기존의 건강보험과는 별도의 `노인요양보험' 법률안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현재의 법안에 따르면 기존의 건강보험과는 다른 `복지' 성격의 보험 범위로 국한되며 별도의 보험료를 걷어서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장기 요양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복지적 차원의 접근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 및 장애인 등은 거의 대부분 `건강'의 문제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장기요양보험 도입은 재정이 별도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건강의 문제가 지금보다 더 강조되며 의료이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규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노인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의료비의 규모 증가와 장기요양보험 도입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가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대폭 증가시키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부분이 재정규모에 미치는 다른 큰 요인이다. OECD 건강 자료에 따르면 각 국별 의료비 본인 부담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부담률을 보이고 있다. 약 50% 가까이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상황이다. 일본이 약 18% 수준, 독일이 21% 수준, 이탈리아가 약 24% 수준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특히 중증 질환으로 인한 입원비의 본인 부담을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상식적으로도 매우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추정한 총 현물급여비 규모가 2020년에 약 4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른다 해도 지금보다 약 3배 정도의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 본 건강보험 재정 규모는 현재의 틀을 유지한 상태로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건강보험이 부담할 금액만을 추정한 수치다. 물론 이 부분에는 요양 보험의 도입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장애인 및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보장범위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한 추정은 제외된 상태로 여겨진다.

만약 건강보험의 재정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관점 중 보장성 강화의 시각으로 우리나라 전체 직접 의료비중 비급여항목과 환자 부담 금액을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해 간다면 약 10년 후에는 적어도 지금보다 4∼5배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규모를 필요로 하게 된다.

요약하면 약 10년후 에는 적게는 3배, 많게는 4∼5배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많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적정 규모로 사회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만약 사회보험료를 올리기 어렵다면 가능한 보장성 강화 수준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한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비용 보전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선심성 정책으로 보장성을 강화 하는 것은 적어도 필자의 시각으로는 무책임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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