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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보험자 경쟁이론의 도입방안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보험자 경쟁이론의 도입방안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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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지사 ' 부분 독립운영' 효율성 개선

건강보험제도가 올 7월 1일을 기해 만 30년이 된다. 그 사이 명칭이 건강보험으로 바뀌었고, 내용도 제도 도입 당시와는 크게 다르게 변화됐다. 의료보험이 건강보험제도로 바뀌면서 큰 변화는 조합방식에서 통합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의료보험을 여러 조합에서 분산하여 관리하는 것이나 한 기관에서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이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보험료는 가급적 적게 내고, 혜택만 크게 돌아온다면 어떤 관리 방식을 택하던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관리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보험운영을 정부가 독점적으로 하느냐 보험운영에 경쟁원리를 넣느냐로 상당히 달라진다. 독점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관리가 방만하여지고 관료화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조합으로 분산 관리하게 되면 경쟁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도입하지 않아도 조합간에 은근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관리상에 서로 경쟁의식을 갖게 된다. 만약 정부가 보험조합들을 경쟁시킬 의도를 갖고 특별조치까지 취하게 된다면 아마 경쟁은 매우 치열해져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가 향상되고 관리비를 절감하려 노력할 것이며, 의료비 관리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는 1977년 조합방식의 관리방법을 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에게 하루 빨리 보험을 확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보험을 강력하게 이끌기 위하여 조합에 대하여 일일이 간섭을 했다.

또한 조합의 대표이사는 부시장(부군수)을 지냈거나 정부 관료 출신들이 차지하게 됨에 따라 조합방식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조합간에 보험료 차이가 나자 형평이 어긋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국민의 정부는 의료보험을 통합했다.

우리가 조합관리 방식의 이점을 찾지 못하고 통합으로 나아갈 때 서구의 8개 사회보험국가들 가운데 5개국(독일·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이스라엘)은 주민들에게 조합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는 개혁을 1990년대에 단행했다.

5개국에서는 조합들을 경쟁시키기 위하여 주민에게 1년에 1번 정도 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꿀 권리를 부여하였고, 특히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에는 1∼2개월 이내에 조합을 바꿀 권리를 부여했다. 그리하여 보험조합이 가입자의 의견과 다르게 무턱대고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는 가입자가 모두 빠져나가 망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1991년에 독일은 1209개의 조합이 2002년에는 355개로 줄었고, 스위스는 203개에서 93개로 벨기에는 127개에서 94개로 줄어들었다.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조합이 이렇게 망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조합이 주민의 뜻에 반하는 관리를 할 수 있겠는가? 묻지 않아도 자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네덜란드는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 조합들로 하여금 의료 공급자와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발전시켜 의료체계 전반을 경쟁시스템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으로 통합하고 난 이후의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보험재정은 해마다 증가하여 보험료는 매년 인상되는데 가입자는 보험료 인상에 대하여 어떠한 의견도 피력하지 못하고 의료수준이 개선되지도 않고 있다.

보험관리를 통합하면 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을 하였지만 관리비가 최근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관리비 이야기가 나오면 보험관리비율이 낮아져 효율화됐다고 주장하는데 보험급여비가 많아지면 관리비율은 당연히 낮아지기 때문에 관리비율만 따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도 현재 건강보험이 간직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통합된 공단관리방식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며 건강보험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만 한다.

보험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기 위하여 건보공단을 해체하고 과거의 조합으로 회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제도의 변경에 따른 사회적인 이전비용이 막대하며, 통합공단이 갖는 재정의 공동 이용이라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을 해체하고 경쟁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1단계로 공단 지사를 경쟁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경쟁시키기 위해서는 공단 지사에 일정비율의 재정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도록 한다. 예컨대 보험재정의 75∼80%는 공단본부에서 관리하고 나머지 20∼25% 정도를 지사가 책임 관리토록 하여 재정에서 절감을 이루는 지사에 대하여는 재정사용권을 주어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주민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한다.

제2단계로는 보험재정의 20∼25% 부분에 대하여 공단지사가 독립적으로 보험료를 부과 징수할 권리까지 부여하여 지사간에 보험료의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로 하여금 지사를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다면 지사도 망하는 곳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건강보험의 관리가 효율화된다. 그리고 보험재정의 75∼80%는 공단본부가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형평도 유지할 수 있다.







이규식 <연세대햑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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