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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심사평가정책의 미래과제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심사평가정책의 미래과제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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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독립, 전문성 확보로 보험자 견제기능

건강보험 도입 이래로, 건강보험체계의 발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정책적 계기들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사안 중의 하나가 `심사평가원 설립'이 아닐까 싶다. 보험자조직으로부터 진료비 심사 독립과 아울러 평가기능을 추가한 것은, 양적 성장과 재정안정 유지에 급급한 기존의 건강보험체계 운영에서 탈피하여 적정한 진료의 질 확보와 재정안정의 균형을 달성해가겠다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바야흐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확충으로 건강보험체계가 발전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결과이다.

보험자로부터 진료비 심사기능이 분리되는 것에 대해 일부 이견들이 있지만 과거 보험자가 관장하던 심사에 비해 심사평가원의 심사기능이 보다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음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다만 정책과제로서 의료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높아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간의 심사평가원의 활동과 방향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바, 몇가지 향후 당면과제를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질평가 정보에 대한 합리적 활용의 문제이다. 심사평가원의 평가결과 공개는 의료의 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책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평가정보의 공개는 평가자료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정보인프라 구축과 평가주체의 기술적 전문성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릇된 정보배포를 통해 소비자 판단을 호도하고, 나아가 질 개선보다는 평가결과를 미화시키려는 공급자의 잘못된 행태를 조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책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도 정보인프라의 순차적인 구축과 합리적인 평가과정을 거친 이후여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심사평가원이 `사회의 정보요구'와 `타당한 정보확보'의 균형점을 지혜롭게 맞추어가도록 책임있는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질 개선에 대한 노력은 기관의 개별적 노력 외에도 건강보험 수가조정이나 급여심사기준 개선 등과 같이 정책환경 개선이 병행될 때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그간 심사평가원의 평가활동은, 집중치료실, 항생제 사용문제 등에서 보듯이 실적 공개에 비해 정책환경 개선을 위한 가시적 결과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질 평가의 일차 목적이 질적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급자의 개별적 노력과 병행, 정책주체로서 심사평가원의 정책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와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평가정책의 핵심적 관건은 신뢰성과 타당성이며 이를 견인할 기술적 전문성은 평가주체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심사평가원이 평가방법론 수립과 정보수집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나름대로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자료원인 진료비 청구자료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무기록 자료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전환하고 있으나 이 또한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자료수집 정보인프라 미비에 따른 요양기관의 자료수집 업무과중의 문제가 걸려 있어 용이하지 않은 듯 하다. 따라서 단기적 정보요구에 급급하기 보다 중장기적으로 질 평가의 타당성 제고에 목표를 두고 요양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질 평가가 요양기관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러한 질 개선 활동 산물이 국민에게도 공유되는 순기능의 구조를 구축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심사평가 기능은 개별적인 의료서비스의 타당성을 판단하게 되므로 고도의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그동안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사평가원의 인력구조를 평가할 때, 아직 전문성 측면에서 미흡하며 전문인력 확충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전문학회 등 의료전문가단체와의 체계적 공조를 통한 인력풀 지원과 기술적 자문체계 확보에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다섯째, 건강보험서비스의 질을 견인해가는 정책주체로서 심사평가원의 정책적 리더십과 독립성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심사평가원이 질 평가주체로서 독립적이기 보다 정부의 단기적 정책요구에 급급하는 정책실무기능에 치중해왔다는 점에서 심사평가원의 활동을 진정한 의미에서 질평가보다는 건강보험 운영실무의 연장선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질평가의 일관된 잣대를 적용하기 보다, 심사평가 정책을 건강보험 재정난 해소의 정책도구로 활용해왔다는 그간의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심사평가원이 보험자의 보험재정 안정화 기능을 충실히 지원해야한다는 점에서 진료비 심사조정률을 심사평가원의 주요 성과지표로 삼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은 심사평가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이질적인 정책요구들이, 심사평가원의 합리적인 기능을 일치된 목소리로 설정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양질의 건강보험 서비스를 원한다는 점이며 이를 위해 의료의 질향상 측면에서 보험자를 견제하는 정책 기능이 필요하다. 심사평가원이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해선 정책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심사평가원의 주체적 의지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선희 <이화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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