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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수가체계 개선 방안
한국 건강보험 30주년, 미래의 새 장을 열자 - 수가체계 개선 방안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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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입된 자원에 근거한 합리적인 원가 도출

금년 2월 한 일간지 기사가 의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가 저렴해서 외국의 환자를 유치하는데 경쟁력이 있다는 기사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의료기술이 뛰어나면서도 의료 수가가 저렴한 점을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의료 세일즈에 나선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접한 상당수의 의료인들은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착잡했을 것이다. 이 기사에 제시된 수가 비교표를 보면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낮은 보건의료비와 높은 건강수준

2006년 2월 캐나다 컨퍼런스 보드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건강수준과 진료 결과 등을 평가한 결과 OECD 국가 중 5위로 평가되었다. 이 결과는 평균기대여명, 유아사망률, 각종 암 유병률 등 건강수준(Health status)과, 암·심근경색 사망률 등 진료결과(Health care outcome)를 총체적으로 평가 한 결과인데, 한국은 건강수준부분에서 OECD국가 중 health data로 비교 가능한 국가 24개 중 3위, 보건의료체계 성과분야에서 5위를 차지해 종합적 성과부분에서 5위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보건의료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OECD 각국의 GDP 대비 보건의료비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비는 5.9%로 미국(14.6%)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보다도 의사 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된 터키(6.6%)나 멕시코(6.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원가 수준 이하의 급여행위

위의 결과를 보면서 정책을 펼치시는 분들은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서 가장 효과를 잘 내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에 대한 정책의 효율은 가히 세계 1위라고 자부할 것이다. 의료인들은 바로 원가도 안 되는 수가에 대해서 떠올릴 것이며 동시에 환자들은 왜 아직도 중병이 들면 집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아해 할 것이다.

의료 원가는 하느님도 모를 거라는 어느 의료계 선배님의 말씀처럼 수가체계에 대한 공급자와 보험자간의 공방이 치열한 것도 없을 것이다. 매년 수가계약을 위해 공급자 따로 보험자 따로 경영수지 분석을 하고 있으며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다. 또한 2000년 8월 보건복지부장관이 발표한 정부 문서에 의료수가가 원가의 80% 수준이고 이를 2년에 걸쳐 현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몇 달 만에 현실화된 보험재정 파탄위기론 속에서 2001년 공단에 의해 수행한 경영분석 연구를 통해 2001년 말 의료보험수가는 원가의 120% 이상임을 들어 다음해 수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수가는 계약을 통해서 매년 약간의 상승은 있었지만 원가 논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년간 건강보험 심사 평가원의 상대가치 개발단에서 상대가치 수가 전면개정 작업을 수행했다. 이 연구에서 수행한 의료기관 회계분석 결과 2003년도 급여행위에 대한 원가가 81% 수준이었다. 애초 의료보험수가는 일부 대학병원과 일본 의료보험을 참조하여 관행수가의 70∼75%수준으로 책정했다고 당국에서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관행수가의 50∼55%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관행수가 조사 당시 관행수가라는 개념조차 미비했으며 워낙 수가의 차이가 커서 조사 결과에서 가장 낮은 수가를 당국에서 기준으로 했을 가능성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후 수가의 조정이 있었으나 소비자 물가 인상률만큼도 인상되지 못했으며 병원 인건비의 상승률이 수가 인상률 보다 높아서 그 추세대로라면 급여 행위에 대해서 원가 보전율 81%는 납득이 될 만한 수치로 생각된다.

■급여 비급여 결정 기준

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서 의료 행위의 급여 비급여를 결정한다. 그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보통 급여의 기준은 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필수적인 행위가 해당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비급여의 경우는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이 되었지만 보편적이지 않고 고가진료의 경우 해당이 된다. 그러므로 급여의 행위는 실제 보편적이고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필수적인 급여 행위의 원가가 원가의 81% 수준인 것이다. 의료계는 필수 의료행위라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달려있는 급여 행위이기에 사명감으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 비급여 부분의 진료행위와 진료와 관련 없는 장례식장이나 매점, 주차장 수입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경영수지 분석

매년 수가계약을 위해서 경영수지 분석을 하고 있다. 경영수지 분석으로 원가기준 환산지수가 산출되고 경영수지 기준 환산지수가 산출이 된다. 경영수지 환산지수라는 것이 바로 이 비급여, 장례식장, 주차장 같은 병원 부대시설의 수입까지 모두 포함하여 분석이 된 것으로 이 결과를 가지고 수가 계약을 한다면 앞으로도 급여 행위에 대한 원가 보전은 요원할 것이며 오히려 더 악화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의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끊임없이 신의료기술이 나오며 이들은 상당수 고가다. 이로 인해 딱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의료계의 파이가 어느 정도 존재 한다고 할 때 이들 고가첨단진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필수 진료인 급여행위의 상대비율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이 상태대로라면 원가 보전은 어려워 질 것이고 이 보전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가치제도(RBRVS)

2001년에 도입된 상대가치수가제도는 2003년부터 전면개정작업에 들어가서 3년에 걸친 방대한 작업이 끝났다. 행위간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의사 비용과 치료재료를 분리하고 위험도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 전면개정의 목적이었다. 모든 의료행위를 정의했고 방대한 자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성과는 상당한 것이지만 그 결과는 적정한 보상을 기대했던 많은 전문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행위의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된 경우도 있었으며 용어에 대한 상호간 인식의 차로 인한 오류, 위험도 반영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좌절했다. 더구나 실제 전체의 54%에 해당되는 기본 진료료에 대해서는 현행 유지라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심사평가원 연구개발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본진료료가 대부분 원가 미만이었다. 급여행위도 원가의 81% 수준이었으므로 적정급여를 보상받기 위한 아주 중요한 근거자료다. 아직 여러 문제점이 있어 보완과 검증이 필요하지만 적정 보상을 위한 합리적 근거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의 변화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구조가 노령화 사회로 변했으며 질병도 과거 급성기질환 중심에서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화했다. 동시에 웰빙 바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으며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수가체계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향후 이런 의료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수가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예방에 대해서는 급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에 대한 급여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 소비자들도 질을 담보하지 않는 저가의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는다. 질을 무시한 저렴한 가격만이 보험료 납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의 발전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한 가격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시대에 맞는 보험자와 공급자의 역할이라 생각이 된다.

■수가체계 개선

필수 진료인 급여행위에 대한 적정보상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가체계 개선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비급여 진료의 활성화, 고가 장비의 과다한 도입, 의료 제공의 형평성과 효율성, 한정된 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과 같은 많은 의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입된 자원에 근거한 상대가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합리적인 원가를 도출하고 이 점수를 근거로 정책적 고려를 통한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적정 급여를 산출하고 적절하게 보상해 주어 보험자, 공급자 그리고 환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상대가치개정위원회에서 이번 전면개정 결과를 기초로 철저한 검증작업과 보완을 하여 적정 급여의 인정받는 근거자료가 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가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수가체계 개선을 위한 공급자, 보험자 그리고 소비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김영재 <전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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