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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동경 시찰단과 간담
서울시의, 동경 시찰단과 간담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7.05.06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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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시스템으로 전산진료비 청구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한국의 실상을 파악, 향후 일본에서 유효한 시스템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EDI시스템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십시요”

우리나라의 개원의협의회와 같은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이 한국 EDI시스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방한, 보험자단체와 병원들을 둘러본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서울시의사회 임원과 간담회를 갖고 질문공세를 펼쳤다.

이날 오후7시 앰버서더호텔 4층 도라지룸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서울시의사회에서 경만호회장을 비롯 박광수 대의원회 의장, 나현·김주필 부회장, 김종률 보험이사, 김강현 정책이사, 최종현 사무총장 그리고 원자력병원 신경외과 이창훈 1과장 등 8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동경보험의협회에서는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을 비롯 아카하네 이와오·와다 치카씨 부회장, 서울의대 출신 재일교포 의사인 신위수 이사, 이노우에 하쿠분 이사, 야기 히데미주 보험자단체연합회 이사, 카토 토씨카주·쿠리바야시 레이코 사무직원, 니시야먀 타카유키·남상요 유한대학 교수 등 10명이 참석했다.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은 간담회에 앞서 “일본에서도 전산진료비 청구가 구체화되고 있긴 하지만 서류제출로 청구하던 기간이 워낙 길었던 관계로 인해 전산청구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시찰단은 “그러나 3-4년 뒤에는 필연적으로 일본내에 EDI시스템의 도입 및 시행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시찰단은 서울시의사회에 ‘한국의 EDI 사정조사 질문 항목’을 통해 ①요양기관이 어떻게 EDI를 받아들여 어떠한 성과를 얻었는지 ②명세서 심사에서 컴퓨터와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는 심사는 어떻게 구별되고 있는지 ③집적된 정보는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④EDI시스템에 의해서 한국의 의료가 어떠한 효과를 얻었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에대해 서울시의사회 통역을 맡은 김강현 정책이사는 유창한 일본어로 Ⅰ한국의 개원의 및 의료상황을 비롯 Ⅱ전산진료비 청구 시스템에 대해, Ⅲ보험급여에 관해, Ⅳ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심사에 대해, Ⅴ전산진료비 청구 시스템 등에 대한 개원의 견해, Ⅵ 한국을 따르려 하는 일본에 대한 충고 등을 20여분간 소상히 소개하는 것으로 답했다.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원 모두는 김강현 정책이사의 설명과 경만호 회장의 의료계 현황 소개도중 내내 수첩기록은 기본으로 전자녹음기와 디지털 카메라·캠코더 등 모든 장비를 동원, 한마디 한마디 기록하고 경청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시찰단은 일본에서 현재 장미빛으로 소개되고 있는 EDI시스템이 한국에서는 의사 및 의료계에 생각만큼 유용하지 않고 오히려 의료발전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한국의 전산진료비 청구시스템을 따르려는 일본에 대한 충고’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계의 시행착오와 이로인해 습득한 경험을 소중한 충고로써 전해주었다.

소중한 충고는 첫째, EDI비용은 정부와 보험자가 부담해야 하며 둘째, EDI청구서 양식과 데이터는 심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EDI청구를 위해 요양기관들이 제공한 자료에 대한 원천적 지적 재산권은 의사에게 있으므로 정부와 보험자가 청구자료를 2차 가공하여 활용하는 것은 의사들의 동의가 없다면 제한되어야 하며 넷째, EDI청구를 위해 제공된 자료의 폐기가 법적으로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섯째, 국민전체의 진료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독점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바 데이터의 전송 및 집중과정에서 환자의 중요 프라이버시인 질병정보의 누출을 막기 위한 데이터 보안 강화를 절실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섯째, 청구소프트웨어의 규격화와 인증화는 내부데이터의 임의전송 등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통제 강화의 보조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정부가 얻고자 하는 숨은 목적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경만호 회장은 인사를 통해 “서울의대 동창인 원자력병원의 이창훈과장과 동경보험의협회 신위수이사를 연결고리로 하여 서울시의사회와 오늘 간담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며 “동경보험의협회의 조사희망 질문들을 살펴보니 어느나라나 의료계는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경회장은 “최근 우리나라는 지난 1977년 시작된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중 의료계에 이롭지 않은 부문만 벤치마킹, 원성을 샀던 대만으로부터 오히려 거꾸로 총액계약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현재 한국 의료계가 적극 저지중에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회장은 “정보화시대에 EDI시스템이 편리한 제도이긴 하나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의 질문 외에도 의사에게 불리한 수많은 정책이 단지 재정절감 목적으로 양산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경회장은 “한국은 몇 년사이 의사에게 불리한 의료정책이 40-50개 가량 집중적으로 양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 역시 EDI시스템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 모두 오!라며 놀랍다는 감탄사를 연발)

마지막으로 경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오사카의사회와는 벌써 30년째 상호교류를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경보험의협회와도 자주 뵙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시오야쓰 요씨끼 동경보험의협회장은 “일본은 4년후 EDI시스템을 시행키로 결정되어 있다”며 “그러나 문제는 일본 정부가 EDI시스템 시행과 관련, 일본 의료계와 한마디 상의없이 추진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해듣기로는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의료보험제도를 배웠다는데 그런데 이 EDI시스템은 바로 한국으로부터 온 제도”라고 밝혔다.

특히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은 “서울시의사회가 그동안 오사카의사회와 교류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제발 동경으로 와서 동경보험의협회와도 교류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간담회 석상에서 경만호회장이 “일본 의료계는 한국과 달리 매우 막강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상은 어떤가”라고 묻자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은 “이제는 옛날 이야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은 “일본 의료계의 전설적 인물인 타케미 회장 시절에는 일본 의료계가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 일본의사회의 상부는 행정부의 일부로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일본의사회의 주도권을 놓고 동경의사회하고 오사카의사회가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어 일본 의료계의 위상과 영향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케미 회장 시절에는 후생성 장관이 바뀌면 일본의사회장을 방문, 인사하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은 “일본은 어차피 4년뒤에 EDI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EDI의 좋은 면만 부각시키고 있는 만큼 의료계에 좋지 않은 점들을 정확히 파악, 이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찰단은 EDI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질문속에 △원자력병원 이창훈 과장이 전해준 신문과 의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의료계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와서 직접 실상을 접해보니 일본에서 홍보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의료계가 EDI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과는 달리 개원의협의회에 18개과가 가입,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일본은 수련과정이 없어져 개원과목도 자기가 적성에 맞는 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이로인해 개원의협의회 격인 동경보험의협회에는 진료과목 구분 자체가 없는 단일 협회다)

“EDI로 의료계가 어떤 효과를 얻었는가”라는 시찰단의 질문에 나현 부회장은 “소신진료가 불가능하고 이와 동시에 진료의 규격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고 전하자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의 진심어린 충고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했다.

시오야쓰 요씨끼 회장은 의료계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산청구 프로그램상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고(프로그램회사가 심평원으로부터 인증을 받고 프로그래밍해야되는 점으로 인해) 이에더해 국세청의 진료비 환급을 통한 크로스체킹 등으로 의료기관은 사실상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라는 말 등을 전해듣고는 “너무 영리해 무섭다”는 말을 토해냈다.

이날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이번에는 거꾸로 서울시의사회가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에게 “왜 일본에서는 제네릭을 쓰지 않고 오리지널을 고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진5> 이에대해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의 통역을 맡은 재일교포 의사인 신위수 이사는 “일본에서는 제네릭의 경우, 약효의 신뢰성이 상당히 낮은 의약품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네릭을 신뢰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와함께 신위수 이사는 “오리지날 약품은 후생성으로부터 28가지 시험을 받고 판매가 되는데 반해 제네릭은 단지 3가지 정도의 시험만 받고 시판되기 때문에 약효는 믿을 수 없는 것 즉, 의사들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위수 이사는 “일본의 제네릭 생산제약사는 식구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그야말로 가내공업 수준”이라며 “이중 4개 제네릭 제약사만이 규모이상이고 나머지 1000여군데는 아주 영세, 의사회의 입장에서는 이들 영세 제약사를 모두 퇴출시키고 규모있는데만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말 듣고자 했던 이야기를 들얶기 때문일까.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동경보험의협회 시찰단은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뜨거운 열기속에 연이은 질문공세를 펼치며 또 서울시의사회 임원으로부터 명쾌한 답을 듣고는 EDI의 실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세미나를 방불케 하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가운데 이날 간담회는 오후9시10분경 아쉬움속에 종료됐다.

김기원 기자 kikieon@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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