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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자리에 연연할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이자리에 연연할 사람이 아닙니다"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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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창 <서대문 요셉이비인후과> 의사신문 창간 47 주년 기념 꽁트- 웃기는 세상

국민 여러분,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게 지내셨습니까. 요즘 하루하루는 정말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글자 그대로 전국이 들끓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를 자세히 짚어 드리는 `뉴스 초점' 시간입니다. 오늘 국무 회의를 주재한 No대통령은 여론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보고를 듣고 심기일전하여 새 출발하자는 각오로 일부 부처의 개각을 단행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무부 장관, 김 기강 의원, 문교부 장관, 진 공부 교수, 보건사회부 장관에 유 순재 의원 등입니다.

“김 해설 위원님, 이번 개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네, 벌써 No대통령의 임기 중에 6번째의 개각에 해당합니다. 오늘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그게 그거다 하는 체념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해설 위원님, 이번 개각의 최대 관심사는 어느 분야였습니까?”


국방은 군인출신, 문교부는 교육자 출신
보건분야는 데모 좀 하신 사회학 출신


“네, 이번 개각에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끈 최대의 관심 분야는 보건사회부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국민 보건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문외한이 보사부 장관으로 발탁될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우리 헌정사상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 계통의 전문가가 장관이 되었던 것은 기억 속에도 희미하기만 합니다. 국방은 군인 출신이, 교통부는 교통 정책가가, 문교부는 교육자 출신이, 법무부는 변호사들이 주로 총수 역할을 하는 데 유독 보건 분야만은 문외한들이 총수 역할을 계속하고 있었지요.”

“위원님, 이번에 보사부 수장이 된 유 순재 의원은 어떤 경력을 갖고 있습니까?”

“유 장관으로 말씀드리자면 역시 보건 분야와 완전 180도의 딴 길을 쭉 걸어온 사람이라고 보겠습니다. 학교는 사회학과 출신인데다 대학생 때 데모도 좀 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위 친척들 말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주사 맞기를 굉장히 겁내서 병원 근처만 가도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고 하고 있습니다.”

“네, 그런 분이 이번에도 보건사회부 장관이 되셨군요. 상당히 걱정됩니다. 이번에도 코드 인사인가요?”

“네,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겠죠. 의료 분야에 유능한 인재들이 수두룩한데 유독 코드만을 고집하는 No대통령의 철학이겠지요.”

“그러면 지금부터 이번에 새로 임명된 유장관의 기자 회견장으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박 중식 기자, 나와 주십시오.”

“네, 박 중식입니다. 오늘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내의 보사부 대 회의실에서 열린 유장관의 기자회견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장관)…“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중차대한 시점에 있습니다. 이제는 마인드를 바꾸어야 합니다. 국민 건강도 치료위주에서 예방위주로 바꾸고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의료인도 환자 진료에만 전념 할 수 있는 충분한 서포트를 해 드리겠습니다.

(기자1) 장관께서는 보건 분야에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관) 에…죄송하지만 전혀 없습니다. 가끔 애들이나 집사람이 아프면 차에 싣고 데려다 준 정도죠. 그러나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장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2) 장관께서는 역대 장관들의 재임기간이 평균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장관) 글쎄요. 그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한 8개월에서 1년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저는 아마 No대통령 임기까진 채울 수 있을 겁니다.

(기자3) 장관께서는 의약분업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장관) 아, 그거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하라는 거 아닙니까.

(기자3) 장관께서는 의약 분업 후 의료재정이 파탄 났고 그로인해 일반 가구당 2∼3만원 정도 씩 내던 의료 보험료가 5배 이상 올랐으며 환자가 진료 시 드는 비용도 2배 이상 오른 것을 아십니까?

(장관)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거 참 나쁜 제도이네요.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선진국이면 의약분업은 다 합니다. 우리도 국민소득이 많이 올랐잖아요. 좀더 내면 어떻습니까? 선진국이 내는 정도로 따라가려면 더 내야 되요.

(기자4) 이번 의료법 개정에 대해 잠시 여쭙겠습니다.

이번에 의료법이 개정되면 사이비 의료행위가 심해질 것 이라고 의료계에서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 No 대통령 임기까지 채우겠죠,
저의 진짜 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장관) 아, 그거요, 체육관에서 뼈를 맞춰 주거나 미용실에서 점을 빼 준다던지, 물리 치료사가 재활치료를 해준다던지 뭐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거 안경점에서 안경 맞춰 주는 거와 같이 생각하시면 되요,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요즘 서민들 어렵다는 거 다 아시잖아요. 다같이 힘을 합쳐 살아야 해요.

(기자6) 만일 장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전 의료단체가 들고 일어나 반대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관) 에… 저는 이 자리에 연연할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진짜 꿈은 딴 곳에 있습니다. 요즘 매스컴에서도 저에 관해 보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의료단체에서 들고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면 에… 여론이 제일 중요하니까… 저는 언제든지 방향을 바꾸겠습니다. 저의 생각은 딴 데 있다니까요.

(리포터) 지금까지 오늘 보사부 장관과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 드렸습니다. 국민이 느끼는 것이나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나 대동소이 하리라 믿습니다. 한국의 의료계가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한국의 정치, 그것은 아직 가장 큰 미스테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상 과천에서 박 중식 기자였습니다.

한영창 <서대문 요셉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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