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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20 시승기 <2>
BMW 320 시승기 <2>
  • 의사신문
  • 승인 2007.05.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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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명성에 걸맞는 성능과 합리성

시간이 너무 없다보니 일산의 모터쇼에도 못 가보고 다른 전시회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것은 핑계이기도 하다. 열정과 게으름 사이에는 묘한 공백이 있다. 이번 서울 모터쇼에는 차와 차에 대한 개념들이 크게 변할 것임을 보여주는 많은 징조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생태학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며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고출력의 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도 현재의 사태를 개탄스러워 하는 상반된 견해가 엇갈린다. 더워지는 지구와 없어져 가는 기름 그리고 현재의 문명이 서로 갈등 어린 모습으로 얽혀있다. 그래서 고출력차를 좋아하면서도 고출력차를 싫어한다. 사실 너무 큰 출력은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차들의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예전처럼 럭셔리 카들이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서울의 도로에서라면 사실 적당한 중형차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일상생활에서 굴러가는 차의 효용이 95% 정도라면 나머지 5% 정도가 차이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BMW 3시리즈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320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의 가격은 착하지 않다. 물론 성능은 그만큼 좋다. 그러나 엔트리급인 320의 자연흡기 150마력으로는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것이 지난번의 질문이었다. 150마력의 출력이 작은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변속기 역시 6단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엔진의 토크곡선을 배분하는 일에도 무리가 없다. 무겁지 않은 차체와도 잘 어울린다.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의 욕심이 문제다. 320i는 전략적으로 착한 가격을 선택한 것이다. 공식가격으로 보면 유럽보다 몇백만원 더 비싼 정도다.

이 차에는 밸브트로닉 방식의 직렬 4기통 2.0ℓ 150마력 엔진이 들어갔다. 구형의 318i에도 들어간 직렬 4기통 엔진은 그동안 몇 번의 개선을 거쳤다. 이번의 320i는 구형의 318i를 대체한 모델이다. 엔진으로 보아도 지난번 e46 320i는 6기통이며 이번의 320i는 4기통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은 좋은 특징이다. 신형의 엔진에는 예측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언제나 남아있다.

필자는 자동차 잡지의 필진들이 쓰는 시승기를 보면서 감탄을 할 때가 있다. 첫 번째는 놀라운 글솜씨에 감탄한다. 차에 대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글들과 긍정적 시각 그리고 기대감에 대한 설명과 같은 것들이다. 필자에게는 없는 그 무엇들이다. 필자는 둔한 편이라 몇 번을 반복해서 타보아야 평가를 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때로는 차를 타면서 남들이 다 아는 것들을 몇 달이 지나서야 파악할 때가 많다. 그리고 컴퓨터나 전자장비의 개발에도 관여했었지만 핵심적 기계요소의 중요성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둔한 접근법으로 320의 특성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훨씬 큰 출력을 낼 수도 있는 차체에 비교적 작은 출력의 엔진을 탑재해서 편안함과 안정성을 얻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상당히 좋은 특성이다. 3시리즈의 스티어링 특성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라서 출력이 운전자를 홀리는 위험에 빠뜨리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좋은 요소는 무게배분이다. 거의 50:50으로 맞춘 앞뒤 무게 배분은 차의 코너링 성능과 체감을 바꾸어 놓는다. 전륜구동 차들은 대부분 6:4정도의 비율로 앞이 무거운 경우가 많다.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의 배치는 바꿀 수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번 차의 디자인이 정해지면 그것은 하나의 숙명이다. 무게 배분과 함께 균형도 중요하다. 관성이나 차의 무게 중심관점에서 엔진은 너무 높게 배치되어서도 안되고 차의 관성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배치되어도 좋을 것이 없다. 320i는 엔진이 앞 차축 뒤에서 대시보드 쪽으로 바싹 들여 배치되었다. 거기에다가 후륜 구동인 것이다.

기계 역학적 요소의 기본에 충실한 것은 큰 장점이다. 과거의 3시리즈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충실히 지켜온 전통이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킨 기술 유전자다. 이런 것들이 엔트리급 시리즈의 엔트리 모델을 몰아보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는 어느덧 청담동에서 코엑스로 들어갔다. 경기고등학교의 언덕길은 필자에게는 많은 것들을 테스트하는 중요한 시승 루트의 하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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