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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빙자한 규제법, 제2의 '나이스' 건강정보보호법안 파행 예고
'보호' 빙자한 규제법, 제2의 '나이스' 건강정보보호법안 파행 예고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6.11.07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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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진료정보 보호 원칙의 후퇴, 건강정보보호진흥원도 정부산하기구 만들기 수순

“‘보호’를 빙자한 규제법이자 개인진료정보 보호원칙의 후퇴다.” 보건의료계에도 교육부의 제2‘나이스’사태가 불어 닥칠 조짐이다.

의협을 비롯한 5개 의약단체에 이어 시민단체도 법안 제정에 원칙적 반대 입장에 가세하면서 건강정보 보호법 성안과정에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국민 건강 정보 보호라는 원론에서 떠나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예산낭비’ 법이란 통렬한 지적도 따르고 있다. 특히 건강정보보호진흥원 설립안과 관련, “ ‘보호’는 커녕 실제 정부 산하기구를 만들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위험’경고도 내려졌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정보화사업추진단은 지난 6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강당에서 ‘건강정보 보호 및 관리,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를 열고 사회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청회에 앞서 열린우리당 윤호중의원은 지난 3일, 25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 건강정보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한 복지부도 특별법으로 건강정보 보호및 관리,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날 공청회에 앞서 시민단체도 성명을 통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 치협, 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약 5개 단체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약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모두 법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향후 법안 제정 과정에서 극한 대립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론에 앞서 의협 항의단은 공청회장을 찾아 피킷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인 뒤 퇴장했다. 이번 법안은 건강정보 보호 규정 마련 및 벌칙 조항, 개인 건강정보 수집 이용절차 및 관련 동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본인의 동의 없이 건강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정의하고 있다. 이와함께 복지부 산하 위원회 설치(건강정보보호위, 건강정보 운영위), 건강정보 표준및 건강정보 공유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또 복지부 산하기구인 건강정보보호진흥원 설립 및 예산확보를 명시하고 있다.

이날 김소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보 파트 리더는 법률안에 대한 주요내용을 소개했다. 법안은 최근 대형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IT기술과 인력을 의료영역에 접목하여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개인의 건강정보가 대량 입력, 처리되어 데이터 베이스화되고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류및 활용도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이어 환자의 알권리 보장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철저한 건강정보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건강정보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김주한 의협 정보통신이사(서울의대 교수)는 심각한 상황을 대변했다. 김이사는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정보를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법안은 실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며 법의 보호기능 취약성을 지적했다.

또한 “법안은 ‘취급기관’이란 신생조어를 만들어 냈다”며 “공단, 심평원등도 포괄적으로 정보보호법으로 규정, 자료취급기관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이 법은 또다른 복지부 산하단체 설립법이자,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법”이라고 허구성을 공격했다.

특히 “심평원은 개인정보 사각지대에 있다”고 정부기관의 허술한 관리수준을 꼬집은 뒤 “정부에서 자료를 관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강흥식 대한병원협회 정보통신이사(분당서울대병원장)는 이어 “법안 제정은 병원현장의 의견수렴과 토의를 거쳐 마련되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또한 “법안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우리나라 1500개 병원의 5% 즉 70여개의 병원이라도 제대로 된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해 사용할 시점에 새로운 법률 제정과 이에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 관련 법률이 병원 정보화를 촉진하는 좋은 법률이 되려면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이를 바탕으로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강이사는 “무엇보다도 관련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은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법률안 제정 과정을 보면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들은 배재된 상태로 진행되다가 법률안의 틀이 만들어 지고 나서 막판에 의견을 묻는 형태로 진행되었다”며 진행절차상의 하자를 꼬집었다.

대한약사회 장동헌 정보통신이사도 “인적 비용, 시설및 물류등 하드웨어적 비용등을 볼때 요양기관 비용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법안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전흥휘씨도 “현재 제시된 법안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점에서 미흡한 점 많다”며 수집 주체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법안이 취급기관을 상당히 유연하게 허용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공박한 뒤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김윤 EHR핵심공통기술연구개발사업단장은 “법안이 부족한 면이 많지만, 개인정보공유의 중요성과 체계적 정리및 수집은 보다 중요하다”며 “그간의 지적을 향후 법안에 반영,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단선적 판단을 경계했다.

권미혜기자 trust@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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