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의 `유쾌한 행복사전'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똑같은 소금도 대상에 따라 효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미역에 뿌리면 팔팔 살아나고, 배추에 뿌리면 시들시들 죽어버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즐겁게 사는 사람에겐 즐거울 낙(樂), 불평하며 사는 사람에겐 괴로울 고(苦)…”
소금이 만나는 대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듯이 말도 마찬가지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고 또한 그 말이 어떤 사람의 귀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질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성격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그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받아들이는 내용이 달라짐을 알 수가 있다.
세상에 사람들이 많은 만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도 참 다양하고 살아가는 방법도 다 다르다. 모두들 그 나름대로 성격을 지니고 있겠지만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만 해도 그 숫자가 적지 않을 테고, 사람 사람마다 다 그 성격이 다르고 표현 방법이 다를 텐데 별 문제없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것이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 의사들은 하루종일 환자와 맞닥뜨려야만 하고 그들 또는 보호자들과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치료 경과를 알려줘야 하는 등, 어쩌면 여타 다른 사람들 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리란 생각이다.
내가 나를 바라봐도 사람들의 성격을 말할 위치는 못되지만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해볼까 한다.
사람의 성격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까다로운 성격, 무딘 성격, 급한 성격, 느긋한 성격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섬세한 성격은 언제나 조심스러워 실수도 별로 없겠지만 때때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 섬세하고 까다롭다고 모든 걸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이 하는 일은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기에 무슨 일, 어떤 경우든 간섭과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두루뭉수리하게 살아서는 안되겠지만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서 남을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해가면서 살아가는 건 별로 좋지 않겠다. 소심하게 구는 것은 자신을 더욱 여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니 조금 더 굵직한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것은 지나치고 해서 마음 느긋하고 여유롭게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필자 자신도 이런 성격에다 참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곤 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중이다. 더불어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면 후회의 찌꺼기가 앙금처럼 남아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성격이 너무 무딘 사람은 무난하다는 평도 듣겠지만 이 또한 주위 사람들이 괴로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자기 주장은 하지도 않으면서 엉뚱한 고집스러움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사정이나 입장은 생각지 않아 미련하다는 평을 듣기도 할 것이다.
상대방의 답답함이나 괴로움을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은 친절하고 사려 깊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겠다.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 역시 주위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남의 의견은 아예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고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만 하겠다는 것은 옳은 생각이 아니다. 그래서 옹고집, 독불장군 게다가 독재자라는 쓴 소리를 듣기도 한다.
비록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한숨 소리를 귀담아 들어준다면 그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 가는 것에 개의치 않고 일을 하는 사람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신중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특히 시간을 다투는 일일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함께 하는 일은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가 좋지않은 성격만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성격이 어떻든 상대를 위한 배려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그것으로 만사는 순조로우리라 생각된다.
모든 문제의 발생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고와 욕심 때문인데, 성격은 모두 제 각각 이더라도 마음을 크게 먹고 넓게 쓰면서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 씀씀이를 한다면 주위 사람들과도 화합이 잘 될 것이고 밝고 명랑한 가정과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바로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일 것이다.
조종하 <양천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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