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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I, 안정성 높인 미래형 하드코어
GTI, 안정성 높인 미래형 하드코어
  • 의사신문
  • 승인 2007.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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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수입차에 대해서 <4>

푸조 206 RC 보다 더 하드코어인 차를 모는 필자로서는 시승이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속도계는 아니었다. 흔들리지도 않으면서 역삼동에서 분당까지 가는 동안 다른 차들을 가볍게 추월했다. 별로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차를 가지고 과격하게 몰 필요는 없다.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닌데 너무 조용히 몰다보니 옆에 동승한 직원은 너무 조용히 모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차의 속도계와 몸으로 느끼는 체감속도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차들을 옆으로 스치듯이 몰아대도 차는 흔들리거나 출렁대지 않는다.

하드코어의 차들을 좋아하고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GTI를 몰면서 느끼는 신비로운 감정이었다. 이를테면 2세대의 GTI를 이렇게 몰았다면 아마 제트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변속 충격도 예상보다 적다. DSG에서 예상했던 클러치의 쿵하는 느낌도 예상보다 적었다. 어쩌면 이 변속기가 미래의 변속기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BMW의 SMG 와는 다른 구조의 변속기다. 이것이 전자오락처럼 패들로 조정된다(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핸들에도 붙어있다).

결론적으로 분명히 성능은 하드코어이면서 체감상으로는 안전해진 것이다. 강력한 출력에 운전스킬이 아주 높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차. 역설적인 문제를 엔지니어링으로 해결한 차다. 사람들은 이런 고성능을 좋아할 것 같다. GTI는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미래를 정확히 읽은 것이다. 그것은 신형의 파사트나 제타에도 해당된다.

신형차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고급 휘발유의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수는 아니겠지만 연료의 질이 너무 나쁘면 안 된다. 압축비가 높은데다 터보다.

터보가 아닌 자연 흡기지만 압축비가 높은 이런 문제는 206 RC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고 고성능 모델에서는 더 이전부터 나온 문제다. 아무튼 고옥탄가의 프리미엄 휘발유를 넣으면 연비와 성능이 좋아진다. 광폭 타이어의 값도 예상보다 비싸다.

의사들에게 인기가 있는 차종은 직원에 따르면 GTI와 페이톤 TDI다. 하나는 소시적부터 달리기 소년의 꿈을 만족하고 싶어하는 피터팬(그러니까 실용적인 피터팬)이 타는 차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좋은 차를 타보고 싶어하는 성공적인 개원의(하지만 너무 터무니없이 큰 차는 싫고 조금 색다른 메이커를 찾는)가 타는 차다.

전문직의 문제라면 취미생활을 하는 나이가 조금 늦어진다는 점인데 이 점에서는 GTI같은 차가 알맞다. 심한 하드코어나 컬트적인 차는 유지 보수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아무튼 사람들의 보상심리는 언젠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상실감이 적어진다. GTI같은 차를 마스터하고 더 상급의 차로 올라가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어느 정도는 도로와 달리기에 대해 배워야만 상당히 과격한 차들을 안전하게 몰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승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필자 역시 한 명의 피터팬으로서 GTI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갖고 있는 차들도 있어서 사면 안 된다는 것도 이성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강해지는 것도 문제다(가격면에서는 현재 큰 불만은 없지만 현대나 대우가 이 정도의 차를 반값 정도에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언제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종이 몇 개나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갖고 있는 차도 운전시간과 주행거리가 자꾸 짧아지고 있으니 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돈과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언제나 큰 제약이 있으며 견물생심과 지름신의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이런 고민은 끝이 없다.

하지만 새차를 사야 한다면 아마 바로 샀을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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