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사의 자살
동료의사의 자살
  • 의사신문
  • 승인 2007.04.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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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고마워.”

이 말은 조난자 중 귀환한 동료에게 보내는 말이 아니다. 새해 초부터 연예인의 자살로 연예계가 뒤숭숭 하자 연예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한 격려의 말이다. 연예계 뿐 아니라 온 나라가 자살쇼크에 놀라고 있다.

국제협력기구(OEC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자살률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다. 1995년 인구 10만 명당 11.8명이던 자살률이 2005년에는 26.1명으로 10년 동안 무려 2배 이상 증가하였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1.5배나 많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가 무너지고 노숙자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통계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50세도 되기 전에 직장을 잃는 가장, 젊은이의 반수가 백수라는 사회적 현실 등 많은 요인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교적 가족애가 강한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 특이한 사회변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연예계 스타들의 자살로 인한 후유증으로 청소년들의 자살을 유도하는 `베르테르효과'까지 나타난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자살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였다. 이런 자살률의 증가는 우리 의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최근에 있었던 한 이비인후과의사의 자살사건은 같은 동료로서 충격이었다. 더구나 의사이며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다재다능한 인재를 잃었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의사의 자살이 어디 그 뿐인가? 최근 들어 의사들의 자살도 증가하여 12명의 우리 동료가 병·의원의 도산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고 의협에서 밝힌바 있다. 의약분업이후 낮은 수가와 환자의 감소로 모든 의사들의 수입이 떨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난국을 타계하려고 과영역이 파괴되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만·성형으로 집중되다 보니 경쟁이 심해 마음 편할 날 없는 신세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울러 출산율의 저하로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몰락은 더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과개명 파문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의사들은 6년간의 힘든 학창생활을 거쳐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며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합니다'로 시작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출발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인턴, 레지던트의 힘든 고난의 세월을 보낸 후 군복무까지 합치면 무려 14년간의 세월을 이겨 내야만 전문의자격을 얻게 된다. 이런 수도사 같은 고행의 시간을 거친 후 가야할 길이 죽음이라니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동료의 죽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살의 근본적인 병태학적인 원인이 우울증이라고 한다. 정신과전문의가 아니라도 주위의 동료를 한번 되돌아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동료애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개원한 후배가 인사도 없다고 개탄할 일이 아니고 선배가 직접 찾아가 차 한 잔이라도 나누며 진솔한 정을 나눌 때, 우리 서로가 마음의 통로를 가질 것이다. 최소한 반상회라도 자주 열어 참여 시키고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혼자가 아니라는 동질성에 위안을 받게 해주어야 한다.

특히 의사회에 신고도 하지 않고 개원을 하는 동료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같이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의사사회로 끌어 들여야 한다. 한시적으로 나마 입회비를 면제해 주는 것도 그 방편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취미활동의 다변화로 그들을 참여 시키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일전에 모 의사회장은 반원끼리 영화를 같이 본다고 모임에 나올 수 없다고 연락을 해왔다. 영화를 같이 보며 울고 웃는 모습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잘하는 일이라고 박수를 쳐준 적이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의사회에서 솔선수범하는 것이 우리 의사사회를 건전하고 밝게 만드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동료의사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으로도 우울해지고 동료가족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데, 하물며 동료의사의 자살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겠는가? 히포크라테스선서의 의미는 무엇인가?

허망한 현실을 우리 스스로 희망으로 바꾸어 가자! 매일 전화 한통이라도 걸어 소식을 전하자. “살아서 고맙고,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서윤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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