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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집회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
과천집회가 주는 색다른 즐거움
  • 의사신문
  • 승인 2007.04.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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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흘러간 유행가가 나오거나 올드 팝이 나올 때 가끔은 지나간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한다.

노래 그 자체 보다는 노래가 한창 유행했을 때 있었던 지난 일이나 노래와 관련된 기억들이 세월을 뛰어 넘어 다시금 머릿속에 머무르면서 가슴을 적시는 경우도 있다.

잊고 있던 생각이나 일들이 시간과 공간을 건너 뛰어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치기가 다시 한 번 창피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가 보다.

올 들어 이미 몇 차례 열린 과천에서의 의료법 개악 반대 시위에 참가하면서 각지에서 모인 동료의사들을 보게 될 때면 2000년의 여의도 광장과 비오는 보라매공원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의사들이 진료를 못하고 단체로 모여서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기 위하여 집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사를 제쳐두고 멀리까지 가서 한데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씁쓸한 현실에서도 때로는 즐거움이 있으니 그는 다름 아닌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그리운 얼굴들을 정말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에 휩쓸려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의대시절의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경우도 있고 고생스런 인턴, 레지던트 때의 동료들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건 나로서는 큰 즐거움이다.

대학 친구를 만나는 순간 의대생으로 돌아간 느낌과 기분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동료 수련의를 만나게 되면 어느새 나는 인턴이 되고 레지던트가 된다.

현재의 진료실에서 늘 만나는 직원과 환자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말 오래되고 소중한 기억들을 더듬어 보게 되어 즐거워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의사 선생님들께 추억을 맛보는 즐거움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집회들이 자꾸 생긴다면 이 또한 안타깝고 불행한 현실이지만 만일 또 다른 집회가 열린다면 하루 진료를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잃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몇 배 보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한번 경험해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리운 그 얼굴들과 함께. 〈객원기자〉







강원경 <서초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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