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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윤리
의사의 윤리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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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라는 말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개인이나 집단의 특수한 도덕관을 가리킬 때 윤리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때 윤리란 포괄적인 삶의 방식 전체를 가리키며 때로는 의사의 윤리, 변호사의 윤리 등과 같이 특정 직업인들 사이에 적용되는 규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원적으로 `윤리(Ethics)'라는 말은 관습을 의미하는 라틴어 `mores'에서 유래됐다. 집단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사회규범이 생기고 사회생활의 진행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규범 가운데 가장 소박한 것이 `관습(mores)'이다. 이러한 관습은 이미 개인의 의지를 초월하는 것이며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력을 갖는다. 그런데 관습보다 더 근본적이며 중요한 규범은 윤리다. 관습 가운데서 존중할 것과 타파할 것을 구분할 때 평가하는 합리적, 반성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윤리다.

 관습은 `합리적 반성(rational reflection)'의 산물 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오랜 내력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는 사회규범으로써 더러는 불합리성 내지 맹목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반해 윤리는 합리적·반성적 근거를 그 안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습보다 높은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 또한 사회 집단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윤리적 규범이나 도덕에 의존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적 규제다. 이 때에 윤리 규범이 법 규범 보다 더 근본적이다. 왜냐하면 윤리는 법을 비판할 수 있는 반면 법은 윤리를 비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윤리는 법에 의해 교정되는 것이 아니라 윤리 자체에 의하여 스스로 바로 잡혀지는 것이다.

의사는 법률가·교수·성직자들과 함께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전문직의 특성으로는 전문성과 공익성을 들 수 있다. 공익성은 일반적 지식과 달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와 연결되며 국민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이들 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에 적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담하며 전문직에게는 강한 윤리성이 요구된다. 전문직의 또 다른 특성은 강한 집단의식을 가짐으로써(단체결성) 다른 집단과의 차별화를 유도한다. 이와 함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전문직은 자신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하게 되며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을 지휘, 감독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집단 구성원의 교육이나 징계 또는 자격 부여 등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업무 수행 내용의 평가는 동료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율적인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 요즘 전문직의 윤리에 있어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성공이냐 봉사냐가 아니라 성공과 봉사를 조화시키고 정하는 삶이라는 주제다. 물론 일차적으로 전문인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이기는 하나 전문인들의 공동체 속에서 봉사함으로써 공익에 기여하는 공인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전문인으로서의 성공과 고객들에 대한 봉사가 융합되어 자신의 성품 속에 내면화됨으로써 유덕한 전문인이 되는 것이 최선의 목표가 아닐까 한다. 전문직 중 의사의 직업윤리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직업윤리 중 가장 오랫동안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서양에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의술은 인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즉 기술과 어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똑똑한 의사, 용한 의사와 더불어 선한 의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과 사회는 의사 집단에게 의료의 독점권과 자율권을 통해 일정한 부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신 그에 걸 맞는 직업수행(의료)의 질과 윤리수준을 요구한다. 의료계를 발전시키고 산적한 의료현안을 해쳐나가기 위해서 회원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대표자를 갈구하는 요즈음 시점에서 의사의 윤리에 대해 한번쯤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유혜영 -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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