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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교육 - 무엇이 문제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9>
예과 교육 - 무엇이 문제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9>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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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교육'과 연계 강화에 초점둬야

우리나라 의학교육과정의 기본 틀은 크게 `의예과 2년 과정'과 `의학과 4년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출현으로 `일반대학의 학부교육과정 4년+의학과 교육과정 4년'인 교육과정이 2005년도부터 도입되기도 하였다.

의예과 교육과정의 내용은 일반 종합대학 1, 2학년 교육과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교양교육과정의 내용과 의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의학과 준비과정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의예과 교육과정은 일종의 준비교육을 위한 기간이기도 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 준비교육 기간에 철저한 기초와 토대를 마련하여 다음의 심화된 과정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발달단계이론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발달단계 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다음 단계로 성장하기 위해 그 전 단계에서 충분히 주어진 발달과제를 소화해 내야 한다. 그 단계에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다음 단계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준비교육은 의학교육 전반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목표 없는 교육과정이 근본문제


의학교육에서 이와 같은 중요한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의예과 교육목표는 무엇이고 목표에 따른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의학교육계의 합의는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의예과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목표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교육목표가 없는 교육과정은 선장이 없는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 의예과의 교육목표가 없는 이유로 몇 가지의 의예과 운영형태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운영형태는 의예과가 종합대학 내 자연과학대학 혹은 이과대학에 소속된 경우다. 이러한 경우, 의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에 대해 거의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의예과와 의학과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종합대학에서 의예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 또한 의예과 학생은 잠시 본교에서 교육을 받고 의과대학으로 옮겨간다는 이유로 특별한 관심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래서 의예과 학생들은 `잠시 머물러 가는' 나그네와 같은 신세로 의예과 2년 기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학습동기부여가 되겠는가? 두 번째 운영형태는 의과대학에서 의예과를 운영은 하고 있지만, 학생교육은 자연과학 관련 교수들에게 위탁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교육을 위탁 받은 교수들은 다른 대학의 `시간강사'와 같이 취급되어 소속감이 결여 되어 있다. 이 교수들은 의뢰 받은 강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며, 의학교육 전반에 걸친 관심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세 번째 운영형태는 의과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의예과 교수를 확보하고 있으면서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학에서도 의예과 교육은 의예과 담당 교수진이 의학과 교육은 의학과 담당 교수진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연계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운영형태 취약·학생 동기부여 미약
의학교육계에서는 의예과 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될 때마다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의 구조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의예과와 의학과의 분리운영체제는 의예과 교육을 개선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분리체제를 전면 개편하지 않고서는 의예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하나의 이유로 등장할 정도다. 의학교육의 제도 변경을 통해서 의예과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우리는 반성할 여지가 있다. 한편,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학생들의 의예과 교육에 대한 주요 불만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다, 교양교육 과목들은 왜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의예과 과정에 배운 내용이 의학과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무도 안 가르쳐 준다 등이다. 학생들도 의예과 과정의 필요성과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의예과 교육의 대대적인 개선이 없이는 동기부여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일부 의과대학에서 의예과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최근 보이고는 있다. 특히 의학과와의 연계성에 초점을 두고 개선을 하는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의학도로서 필요한 의사소통 교육, 의대생을 위한 리더십 등의 과목이 개설되는가 하면, 자연과학 관련 과목들의 명칭도 의대생을 위한 기초물리학, 의학도를 위한 생체화합물의 이해 등으로 개설되는 과목도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시작으로 의예과의 준비교육이 더욱 탄탄하게 의학과 교육과 연계될 수 있도록 보다 심도 있는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예과 교육의 구체적인 교육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해당 대학의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보다 구체화 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교육내용 선정 의학과 교수 참여 필요


교육목표를 설정한 후에는 교육내용과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의예과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결정할 때는 의학과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예과와 의학과 교수들의 공동 참여와 개발이 필요하다. 교육내용의 선정 과정에서는 교양교육의 비중과 자연과학 과목의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화학, 물리, 수학 등과 같은 자연과학 관련 과목의 비중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일부 과정으로 일반교양교육과목이 개설되고 의학과 관련된 교양교육 과목은 거의 개설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예과의 준비교육 기간 중 학생들에게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교양과목을 통해 사회적 안목과 리더십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의사가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 초기부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안목·리더십 함양등 토대 돼야


교육방법적인 측면에서도 학생이 주도적으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의학교육은 주입식 교육방법이 대부분이다. 학생의 자발성을 기대하면서도 교육과정에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학습의 효과는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필요성을 인식할 때 가장 높다. 의학은 평생토록 자율학습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의예과 과정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자기주도 학습 태도를 함양하고 자신의 학습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의예과가 점차 없어짐에 따라 의예과 교육이 자칫 더 소홀하게 여겨질까 걱정된다. 의예과가 축소된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 진입한 학생에게는 한 번은 주어지는 기회이므로 이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좋은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선 <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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