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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실습과 콜레라 치료법 연구 매진 <6>
해부실습과 콜레라 치료법 연구 매진 <6>
  • 의사신문
  • 승인 2007.04.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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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Pompe 씨의 거처에 가서 몰래 이 사실을 알리면서 말하길 시체를 얻으면 빨리 알리겠으니 당신은 그것을 알지 못한 체하며 오셔야 합니다. 만일 이를 거부하는 자가 있으면 큰 소리로, 나는 쇼군가의 의뢰에 의해 화란 국왕의 명을 받고 와서 의사(醫事)를 전하는 사람이다. 의학을 배우는 사람이 그저 책에만 의해서는 결코 해부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나의 해부작업를 거부하는 자가 있으면 나는 스스로 봉행을 면회하여 이것을 논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시오. 그 때 나 또한 그 곳에 있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Pompe씨도 이것을 허락하였다. 따라서 나는 급히 봉행소에 가서 사정을 고했다. 강부(岡部)는 빙그레 웃으며 하리(下吏)에게 명하여 말하길 금번 해부의 일에 대해서는 료오준이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해부실 주변을 배회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이것은 분란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형이 집행된 후 작은 배로 시체를 해부실로 옮겼다. 이곳에서 Pompe 씨가 스스로 집도하여 첫 날에는 내장을 해부하고 다음 날에는 신경의 大路와 함께 맥관을 보았고 제3일에는 뇌를 해부하여 3일로 일을 끝냈다. 이것은 나가사키에서 시행한 시체 해부의 시초가 되었다.  

 죄수들의 해부실습 반대 설득

 그러나 죄수들이 이번에 해부가 시행된 것을 듣자마자 말하길, 우리들 범죄자는 죄의 경중에 의해 형이 정해지고 물론 그에 의해 죽음도 감수한다. 이 죽음만으로도 그 죄과를 갚는데 충분한데 또 그 시체를 해부하여 갈기갈기 찢는 것은 매우 잔혹한 일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참사라고 하겠다. 우리들 모두 분노하며 이 한을 보복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를 듣고 웃으며 말하길 놈들이 일을 해결하지 않고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조금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족하(足下)께서 내가 말한 바를 써서 그들에게 설득해서 깨우치게 하면 이것을 진정시킬 수 있다.

의사가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고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은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죄인이 아닌 사람도 세상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유언으로 해부를 자청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 죄인이 나쁜 일을 하여 형에 처해진 시체를 가지고 세상 사람의 수만 가지의 치료에 도움을 준다면 이것은 죄가 소멸될 뿐 아니라 세상에 공헌하는 바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그러면 그 공덕으로 미래에는 반드시 천당극락에 이르리라. 석가세존이 말하길, 숲에 장례 지내면 새를 살찌우고 들에 장례 지내면 짐승을 기쁘게 한다고 했다. 이는 모두 사후 세상에 공덕을 쌓은 것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다. 어째서 일을 해결하지 않고 함부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느냐라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 마츠모토 선생은 직접 시체를 정중히 수습하여 선생 스스로 시주(施主)가 되어 법화종(法華宗)과 일향종(一向宗)의 승려를 청해서 간절히 송경염불(誦經念佛)을 시키고 석탑을 건립하고 영대경(永代經)도 기부(寄付)케 하였다. 따라서 그 죄인이 형장에 들어서면 사후에 해부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법양건탑(法養建塔)의 것도 듣게 하여 크게 만족시켜 적어도 원한의 말이라도 없게 형을 받게 했다고 한다.죄인들은 이를 듣고 크게 놀라서 그 훤오의 죄를 빌고 다시는 고정(苦情)을 호소하는 자가 없었다. 곧바로 호태사(皓台寺:眞宗), 본연사(本蓮寺:日蓮宗)에서 대법회를 열고 만두 수백 개를 만들어 이것을 죄수에게 주고 그 법명(法名)을 크게 써서 이를 옥중에 붙이게 하였다.이렇게 하고나니 죄수가 심복(心服)하여 귀의(歸依)하는 일이 많아져 나중에는 죄인이 유언하여 해부를 자청하는 데에 이르렀다.

다이로오인 이이 카니모리가 사망하자 다시 공공연히 전습생이 될 수 있었다. 따라서 오래도록 나가사키에 머무를 것을 생각하여 오카베 스루가(岡部駿河 守)의 건의로 처자를 나가사키로 불렀다. 또 제번(諸藩)의 의사로서 청강하러 출석하는 자는 모두 료오준의 속하(屬下)여야 한다고 명령했다.

하루는 Pompe씨가 요즈음 상해 지방에 콜레라가 크게 유행한다는 내용을 신문지상에서 보았는데 서풍은 반드시 그 유행을 전해 올 것이다. 일본에 이 병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물었다. 우리들은 그 병의 증상에 관해 묻고 또 동시에 말하길 이것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칭하는 곽란(藿亂)일 것이다.

따라서 그 증상을 설명하였더니 Pompe씨가 말하길 곽란은 어쩌면 국내 특발의 콜레라일 것이다.지금 내가 설명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병으로 창궐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느슨히 간과해서는 안 된다.만일 이것이 오늘 나가사키에 침입하여 들어온다면 매우 위험할 것이다. 따라서 하루 이틀 강의를 중지하고 그 병에 대한 치료방법을 조사하여 미리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내일부터 료오준은 내 집에 와서 함께 상의할 것이 있다고 하였다.  

콜레라의 창궐

 따라서 약속대로 Pompe씨를 방문하니 독영불란(獨·佛·英·蘭) 등의 모든 책을 내 주고 참호강구(參互講究)하여 말하길 오늘은 이 책들을 다 읽고 내일은 이 서너 권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그곳을 방문하니 말하길, 네 권은 대체로 서로 비슷하지만 이 대부분은 인도에 있는 천학자(淺學者)의 보고로서 치료법도 매우 애매하다. 독일의 경우엔 보고에 의한 상상을 논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듯 보이지만 실제 경험이 아닌 그저 가공론(架空論)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의 운도루리후(ウンドルリフ)의 책은 본 것을 적절하게 기술해 놓았다. 아직 정설은 아니지만 그 진솔함이 오히려 본받을 만하다.이 사람은 일찍이 인도 영국령에서 오랫동안 병원장으로 있어서 그 병에 접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책을 읽는 사람은 저술자의 사람됨됨이를 생각하고 그 전기를 상세히 읽은 후 비로소 책 속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생각하건대 넓은 세계, 많은 인류 그리고 이곳 저곳의 모든 병을 진단하여 스스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개는 모두 선인이 말하는 바를 재현하기만 한다. 또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공상으로 그 설(說)을 토로하는 것은 스스로 그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설복되어 그 이후 쉽게 편찬된 저서의 공설(空說)을 믿지 않았다. 가끔은 학자가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나 선입견 없이 그 이치를 추구하면 미혹되지 않을 것이다. 겉만 번지르한 설을 말하는 자는 병에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해가 된다. 유해한 책은 없는 것만 못하다. 맹가자(孟軻子)가 말하길 책을 모두 믿으면 책이 없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슬기로운 말이다.

김강현 역<국립의료원 신경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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