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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이미지 메이킹
의사와 이미지 메이킹
  • 의사신문
  • 승인 2007.04.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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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의대학창시절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원로 유명 교수님이 강의시간에 하신 말씀 한구절이 기억이 난다.

“왜 여러분들은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느냐?” 물으시며 “내가 여러분들의 입학면접에서 의대지원 동기를 물었더니 모두 하나같이 이 다음에 슈바이처같은 훌륭한 의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남을 돕기위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솔직하게 “돈많이 벌어 큰부자가 되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시면서 “나는 이 교실에 있는 여러분중 한 사람이라도 슈바이처나 또는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이 교육은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지금은 은퇴하신 유명한 외과 원로 선생님이 최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학들은 컴퓨터같이 정확한 학문도 중요하지만 의술과 함께 먼저 상식이 풍부한, 환자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인간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기사를 본적이 있다. 요즘과 같이 의료계가 어려울 때 의사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대단히 훌륭한 말씀이다.

대부분의 우리 의사들은 임상진료 현장에서, 학교에서, 연구소에서 자기만의 영역 쌓기에 몰두하게 된다.

의료의 특수환경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환자를 보며 같은 직업, 같은 분야의 사람들만 접하게 되니 사회와 칸막이하면서 사는 듯 교류가 미흡하고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사회성 회복은 우리 의사들의 앞으로의 과제다.

모든 분야는 국민소득 2만달러에 걸맞는 변화와 발전을 하고 있는데 유독 의료분야는 영세하고 소위 3D에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잘사는 선진국일수록 국민의료비에 대한 통제와 고민이 있다고 본다.

다만 지나친 통제와 간섭, 규제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며 결국 의학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적정 부담과 획기적인 급여 정책이 아쉽다. 의사도 생활인인 이상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고 병의원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요즘 투잡을 원하는 의사들이 증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업만으로 살아가기엔 어렵다는 증거다. 투잡을 하더라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재미를 못보고 있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적응도, 정보부족과 사회성이 타분야 사람들에 비해 뒤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은 부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다른 생각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 의사들에게는 소신 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자율성의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의료법 중에서 의사와 환자에 대한 법조항을 각각 한 개씩만 들여다 보자.

현행의료법(제12조)에는 의료기술에 대한 보호조항이 있다.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곤 누구든지 이에 간섭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의 각종고시, 고가약, 재료사용제한, 실사 및 과잉심사 등 결과적으로 일정부분 진료내용에 대해 간섭받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의료법(제19조)에서 비밀누설의 금지조항에서 `의료에 있어서 취득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의 알권리라는 차원에서 환자진료 정보 요구도 갈수록 늘어나 이러한 양면성을 정책당국자들도 어떤 방향이 환자를 위한 길인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는 정부의 의료법 개악에 맞서 타 의료단체와 함께 반대 투쟁을 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 합리적으로 의료법을 입안해주길 바라고 있다.

의사들이 나서서 정부 관료, 정치인, 시민단체를 설득하기 보다 모든 문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울 때일수록 의사와 국민과의 신뢰 회복이 더욱 중요하다.

이 기회에 우리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고 때론 반성하고 무엇보다도 사회성을 확대해 국민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의사와 정부, 의사와 환자가 상호 신뢰로써 다같이 윈윈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경제적으로 큰 부자는 못되더라도 마음의 부자는 될 수 있다고 본다. 비록 슈바이쳐 같은 훌륭한 의사는 못되더라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타난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의사들이 마음놓고 진료할 수 있는 좋은 의료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중근 <구로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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