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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교수를 가르치려 드는가? <25>
누가 감히 교수를 가르치려 드는가? <25>
  • 의사신문
  • 승인 2007.04.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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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수준맞는 실효성, 철학 담아야

`교수(敎授)'는 문자 그대로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의과대학에서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개발(staff development, faculty development)이 날로 중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신임교수 워크숍, 문제바탕학습 튜터 워크숍, 의학교육전문가를 위한 과정, 리더십워크숍 등등이 속속 새로 등장하고 있고 적지 않은 교수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교수개발이란 `대학이 교수의 역량을 새롭게 변화시키거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제반 활동'으로 정의된다. 즉, 교수개발이란 대학이 교수들로 하여금 다양한 역할을 `준비'(신임교수 워크숍 같은 것이 예이다)하도록 하고 교육, 연구, 행정 등의 영역에서 개인의 지식과 기술을 `향상'(리더십 워크숍 같은 것이 예다)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교육적 행위이다.

일찍이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경은 `가르침과 동시에 배우지 않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없다'고 하였지만, 요즘의 현상은 이 같은 일반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 교수개발이 강조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우리나라 의과대학은 `가진 것이 사람밖에 없다')는 깨달음, 그리고 과거와 달리 교수도 `관리해야할 인적자원(고용인)'이라는 세태변화에 대한 깨달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교수개발에 제법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 양이나 질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효과도 별반 드러나지 않고 교수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교수개발, 승진규정 압력수준 곤란

우선 교수들의 반응이 냉랭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보수성이다. 교육이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농담처럼 거론되듯이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직업이 `교수와 의사'인데, 의사이면서 동시에 교수인 의과대학 교수가 얼마나 보수적이겠는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교육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서두에서 말했듯이 `누가 감히 교수를 가르치려 드는가?' 하는 의식이다. 스스로 역량에 빈틈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이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냉랭할 수밖에 없다.

셋째, 기관차원의 지원이 없거나 형식에 그치는 것도 교수들을 냉랭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왜 교수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없이, `교수개발 프로그램을 하나 이상 이수해야'한다는 승진규정으로 압력을 가하는 정도로는 알찬 교수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런 규정 때문에 워크숍을 참석하는 분들은 대개 프리저너(prisoner)다.(필자가 교수개발 워크숍에서 종종 농으로 하는 말인데, 워크숍 참석자 중에는 `프리저너, 파티어(partyer), 러너(learner), 리더(leader)'가 있다. prisoner는 감방의 죄수처럼 담장 밖의 자유를 그리워하며 시간만 지나기를 기다리는 참석자, 파티어는 만찬과 사교를 주목적으로 하는 참석자, 러너는 정말로 공부하는 참석자, 러너는 워크숍의 분위기를 이끌고 활발한 지식교류를 하는 참석자이다)

교수개발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한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시행되어온 교수개발 프로그램은 주로 교육에 관한 것으로 `강의법, 소그룹지도법, 외래를 포함한 임상교육 기술, 시험문항작성법' 정도이다. 이밖에도 `학생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 `교육과정 개발과 평가' 등 새로이 제공되어야할 교수들의 `역량의 격차(gap, discrepancy)'가 적지 않다.

2005년도부터 서울의대 의학교육연수원이 시행하고 있는 `의학교육전문과정' 시리즈는 이 같은 프로그램의 공백을 메우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또한 교육이외의 영역에 대한 교수개발도 절실하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전문직으로서의 인성개발(엄청난 스트레스에 망가지기 전에 갖추어야할 Coping skill,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등), 리더십, 조직개발, 변화관리, 간호사 등 전문직 간의 관계개발, 커뮤니케이션 스킬, 근거중심의학, 의료윤리, 프로젝트 관리(연구 프로젝트 관리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헤매고 있는지?) 등등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6년도부터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이 합작으로 시행하고 있는 `의대교수를 위한 리더십 워크숍' 프로그램이 참조할 만하다.

#프로그램 다양성, 제공방식 개선해야

또한 프로그램의 제공방식도 개선되어야할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는 1∼3일의 집중워크숍 방식이 선호되어 왔으나 1∼2학기 등으로 일정기간 매주 진행되는 대학원식 교육,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교육, 동료교수의 코칭, 멘토링, 자기주도학습, 컴퓨터 기반교육, 그리고 소위 혼합형 모드 교육(Blended Learning: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의 적절한 합성) 등이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혼합형 모드교육은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서, 이론 자료를 인터넷으로 전달하여 학습하도록 하고 질의응답, 시험 등을 거친 후 오프라인으로 모여 실천적인 실습을 진행하면 한 자리에 모여 학습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학습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교육전략을 채택할 때에도 해당 대학의 조직문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조직문화에 따라서 교육 이수 후 현장적용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가 없으면 교육효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 적절한 교육목표 수립과 우선순위의 도출, 체계적인 요구사정에 근거하여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성인교육(Andragogy), 그것도 아주 자존심이 강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원리에 따라 개발되어야 한다.

워낙 바쁘게 사는 터라 한번 얼핏 보고 자신과의 관련성(Relevancy)을 판단하는 것이 의대교수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첫눈에 필(Feel)이 꽂히는 홍보도 중요하고, 여러 학습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학습 자료의 제공도 성공의 관건이다.


#행동변화,성과 달성 위한 수준돼야

교육효과 측정 역시 전근대적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irkpatrick은 교육프로그램 평가에 4수준이 있다고 하였다. `반응-학습-행동-결과'가 그것인데, `반응'은 학습경험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좋았다, 나빴다'로 대답하는 소위 smile sheet 평가)을 보는 것이고, `학습'은 교육 전에 비하여 교육 후 참가자의 지식, 기술, 태도가 바뀌었는지(사전, 사후 시험에서 성적이 나아졌는지)를, `행동'은 실제로 일하는 현장에서 참가자의 행동이 바뀌었는지(transfer 즉, 학습의 현장전이라고도 한다)를, `결과'는 참가자가 속한 조직의 성과가 달라졌는지(때문에 business impact라고도 한다)를 보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가장 낮은 수준인 `반응' 수준의 평가를 하고 참가자 만족도가 높으면 흐뭇해하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이다.

그러나 교수개발은 궁극적으로 행동의 변화와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한 것이므로 `행동', `결과' 수준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행동', `결과' 수준의 평가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교수개발 자체에 대한 투자도 증진될 것은 불을 보듯이 빤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좌섭 <서울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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